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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헌책방에서 독서 문화를 생각함

 

헌책방은 샐 수 없을 만큼 전국에 산재되어 있다. 지적인 능력을 가진 저자들이 저술한 다양한 책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매일 쏟아진다. 그러한 책은 수많은 서점에 진열되고 독자가 책을 구입한 순간부터 새 책은 헌(중고)책이 된다. 물건은 대부분 새로 구입한 순간 반값으로 떨어지고 오래 쓸수록 제 기능을 못한다. 가격 면에서 볼 땐 책도 물건과 마찬가지여서 보관 상태에 따라 헌책방에 팔리거나 폐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헌책이라 해도 변하지 않는 정보와 지식 이상의 의미가 책 속에 담겨 있다. 헌책방에 온 헌책은 새 주인을 간절히 기다리는데 헌책의 본래 주인은 책을 읽었는지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20여개 OECD 국가 중 한국의 실재문맹지수는 최하위권이기 때문이다. 3년 전에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표한 OECD 사무국의 문서 해독 능력 측정에 의하면 성인 인구 4명 중 3명이 실생활에 사용되는 계약서, 문서, 증명서 등 일상 문서 해독 능력이 떨어지는 ‘실질 문맹’이라고 한다.

 

글자를 읽으면서 해석해도 행간의 뜻이나 의미를 알 수 없는 ‘실질 문맹’이 대부분이라고 했을 때 책을 샀다 해도 읽었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섣부른 결론을 짓는다. 또는 책을 읽으면서 텍스트를 제대로 파악했는지도 의심스럽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돌이켜봐야 할 점은 오늘날의 독서 문화이다. 최첨단으로 치닫는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수용자들의 취미는 독서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독서 문화가 사라지고 소비 시장(출판)만 남는 형국이니 ‘실질 문맹’을 극복할 방법이 없다.

 

활자매체의 궁극적 출판 목적은 독자의 독서에 두고 있는데 성인 인구 4명 중 1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1인당 평균 독서량이 연간 11.9권이니 한 달에 채 한권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이다. 수용자(독자)들의 관심은 활자매체에서 영상매체로 옮겨갔다. 예를 들자면 여가 생활을 텔레비전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지하철에서 독서를 하기보다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고 게임을 즐기는 수용자가 대부분이다. 가히 수용자들은 영상매체에 중독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매체는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인데 영상매체와 활자매체는 수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결과가 판이하게 다르다. 영상매체는 수용자가 수동적 입장에서 내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활자매체는 수용자가 능동적 입장에서 내용을 사고하고 분석하고 판단한다. 독서는 통찰력과 지혜를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 나아가 사리분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사고력과 창의력을 증진시켜준다. 이러한 활자매체는 저자(정보와 지식)와 수용자의 대화를 가능케 한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활자매체내지 독서 문화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주입식 교육에서 비롯된 문학 텍스트는 수학만큼 어렵다. 또한 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청소년들의 독서는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이어서 입시 위주의 논술은 성인으로 성장한 후 독서의 흥미를 전혀 갖지 못하게 만든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방문하면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게 있다. 위인전이나 온갖 지식을 담은 전집이 책꽂이에 가득 채워져 있다. 앞서 말했듯 부모는 독서의 중요성을 상식으로 알기 때문에 독서로 아이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고자 한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의 입시 교육 앞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까맣게 잊는다. 책꽂이에 꽂힌 책은 헌책방의 헌책처럼 먼지를 뒤집어쓰고 몇 년을 보내다가 헌책방으로 팔려가거나 폐지로 버려질 게 분명하다. 한 가정의 독서 문화는 아이와 함께 독서하는 부모의 실천이 있어야 조성된다. 부모의 독서 습관이 올바른 독서 문화 형성의 기본적인 역할을 하지만 여전히 풀기 어려운 문제는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이다. 독서 문화는 한 집단의 문화 수준과 개개인의 지적 수준을 높이는 토대가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개개인의 삶의 가치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다. 그래서 최근 들어 독서 문화 조성에 대해 관심을 가진 각 지방자치단체는 독서를 독려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도서관 정비 사업으로 소외된 지역 주민들의 독서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이는 문화를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성숙한 독서 문화의 필요성이 한층 더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오래된 책을 구입하기 위해 가끔 헌책방을 찾아간다. 헌책방의 가장 큰 장점은 출판사와 함께 사라진 책이나 독자에게 호응이 없어서 절판된 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낡은 책들이 책방에서 넘쳐나는데 전국의 헌책방마다 이토록 많은 헌책들이 쌓여있다는 게 의아스러웠다. 필자는 헌책방 구석에 앉아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헌책을 들고 본래 주인을 떠올리면서 성인 인구 4명 중 3명이 ‘실질 문맹’이라는 오명을 하루빨리 벗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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