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이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을 마이너스 4%로 전망했다. 불과 석 달 사이에 무려 6%포인트나 낮춘 것인데 전망치가 이처럼 오락가락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마이너스 4%의 전망치도 꼭 그렇게 될 것으로 믿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경기침체의 골이 매우 깊을 거라는 각오만큼은 단단히 해두어야 할 것 같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하고 기업 파산과 실업자가 늘어나는 문제만이 우리가 당면한 도전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침체가 경제의 영역을 넘어 사회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경제위기가 자살률과 이혼율을 증가 시키고, 경제적 불만이 사회의 결속력마저 무너뜨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살률의 경우 97년의 인구 만 명당 1.3명에서 2007년에는 2.5명으로 10년 사이에 두 배가 늘어났다. 우리 경제가 ‘IMF 경제 위기’의 한복판을 지나던 98년 자살률이 송곳 모양으로 치솟은 후 2002년 신용불량자 급증으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지자 다시 급증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국가 중 가장 높다. 이혼율이 가장 높았던 때도 신용불량가가 쏟아지던 2003년이었다. 통계청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이 자살충동의 가장 압도적이 이유였고 이혼의 경우에도 경제 문제는 성격 차이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이혼 사유였다. 빚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사람이 속출하고, 가정이 해체돼 오갈 데 없는 소년소녀 가장들이 쏟아져 나오는 사회라면 성장률이 아무리 높아지고 멋진 재건축 아파트와 쾌적한 생활환경이 아무리 생겨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런 점에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은 경제의 위기이자 사회의 위기이기도 하다. 경제문제 때문에 이혼하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또 얼마나 많아지겠는가? 어려워질수록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오히려 극한적인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만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금은 ‘바다가 온갖 시냇물과 샘물의 어른이 되는 이유는 낮은 데에 있기 때문’이라는 옛말에서 지혜를 찾아야 할 때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신음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같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야 한다. 그런 따뜻한 공동체의식이 우리에겐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