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0 (일)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독자제언] 보육원의 아이들이 더 춥다

후원 줄어든 보육원
퇴소이후 생활도 고민해야

 

일 년에 두 번씩 설레이는 마음으로 찾아가는 곳이 있다. 몇 해 전부터 동창들이 모여 함께 가는 K보육원이다. 보육원이란 고아원을 고친 이름으로 부모가 사망하거나 자녀유기, 가출, 미아의 발생 등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데려다 돌보는 기관이다.

 

주로 0세에서 18세사이의 아이들이 입소 대상이 되며, 그 후 성인이 된 후에는 정부에서 지급하는 정착금을 지원받아 독립된 생활을 하게 된다. K보육원은 2세에서 18세까지 고아 75명, 18세에서 23세까지의 복지시설 출신 대학생 등 100명 가량의 아동ㆍ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우리는 각자의 월급에서 분담한 돈으로 아이들에게 85개의 봉투를 만들어 이름을 쓰고 그 원생을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미래의 기원문도 넣었다. 은행에서 빳빳한 지폐로 교환하여 1000원부터 10000원으로 배분하여 동봉했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나이별로 줄지어 선 원생들과 사랑과 기도하는 마음으로 같이 세배하고 이름을 부르며 천원에서 만원이 담긴 봉투를 건넨다. 원생들의 표정은 금방 싱글벙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연말에는 연극공연도 있고 산타복장을 하고 찾아오는 분들이 더러 있지만 설날이나 연초엔 사람들이 다들 자기 가족 찾아가느라 후원도 많이 줄어 고아들에겐 침울하고 우울한 때이다. 하지만 봉투를 열어보며 즐거워하는 지현이, 돈을 비교해 보고 적다고 투덜되는 동수의 모습, 모두 사랑스럽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기도 했다. 부모의 빈자리는 명절 때 크게 느껴지는데, 같은 또래 친구들이 세뱃돈으로 산 장난감을 자랑할 때 보육원 아이들은 얼마나 상처를 받겠는가, 경제위기 탓으로 올해 초 부터는 보육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의탁하고 있는 아동들이 그 어느 때보다 썰렁한 분위기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내 보육원에 맡겨진 300여명의 어린이 가운데 70∼80%는 부모의 어려운 경제 여건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정불화 때문에 자녀를 서로 떠넘기다 보육원에 맡기는 세태가 한동안 사회적 논란이 됐지만, 최근에는 그런 경우보다 카드빚이나 은행 대출 문제로 견디지 못한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보육원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빈곤과 가정해체로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100만 가량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출청소년은 년 10만 명에 이른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보육원이나 청소년 쉼터, 그룹홈, 지역아동센터 등이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력난으로 운영난을 겪고 있다. 버려지는 아이들의 60%는 시설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빈곤과 범죄에 노출돼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보육원을 퇴소하는 아이들의 삶의 문제이다. 지금도 많은 보육원 아이들이 열심히 생활하면서 꿈을 키워가고 있다.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자신과 같은 처지에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아이부터, 직장을 얻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아이까지 저마다 계획된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막 보육원 문밖을 나오는 열여덟 살의 어린 학생들이 사회에 부닥치는 문제는 당장 경제적인 현실문제로 절망에 빠진다. 올해에도 천여 명의 아이들이 보육원을 퇴소하게 된다.

 

많은 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정부가 이런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봉사를 하고 돌아올 때 때로는 춥고 갑갑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면서도 새삼 다시 느끼는 점이 있다. 오랜 세월 늘 아래로 베푸는 어른의 사랑과 그 사랑에 감사함을 느끼는 일, 그것이 우리 삶과 사회를 바르고도 따뜻하게 이끄는 사랑의 힘이 아닐까 생각된다. 보육원의 이미지는 과거 6.25전쟁으로 인해 부모 형제를 잃고 지낼곳이 없는 불쌍하고 가엾은 전쟁 고아들을 수용한 곳으로서의 이미지로 지금도 이러한 이미지들이 사회적으로 고착화 되어 보육원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육원의 의미가 과거의 것으로 부터 변화하고 있다. 보육원의 아이들 구성을 보면 부모가 없는 아이들보다 부모 또는 친인척들이 있지만 그들의 경제적, 개인적, 사회적인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아이들을 맡아서 키울 수가 없어서 보육원으로 보내지는 아이들의 수가 더 많다. 그리고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생활 환경을 집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 꾸미고 있다.

 

이러한 아이들을 위한 노력들이 부모들과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고 미흡할지도 모르지만 최근 보육원은 사회적으로 인식되어온 편견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공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은 양부모제도를 도입한 것을 계기로 이미 1930년께 고아원이 모두 사라졌다. 오직 시설에 수용된 어린이들을 가정보호로 전환하는 것은 정부의 관심과 의지에 달려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