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을 맞은 이명박 정부의 지난 2008년의 여성정책은 어느 정도의 점수가 될까? 이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8개 여성단체는 지난 18일 ‘이명박 정부 여성정책 1년 평가’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정부에서의 성평등 정책은 실종됐다”며 낮은 점수를 주었다.
이들은 “현 정권에 남아있는 여성정책은 여성부의 기본 업무인 ‘여성폭력에 대한 지원 사업’과 경제 살리기 관점에서 시작한 ‘여성 일자리 창출 사업’뿐”이라며 “그나마 남은 정책에서도 여성인권 의식과 젠더 거버넌스는 찾아볼 수 없고, 호기롭게 추진한 여성 일자리 창출마저 실체 없이 구호만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하고 있던 사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은 작년 이맘때 정부기구의 재편으로 여성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정부부처인 여성부가 더욱 작아졌다는 것이다. 예산도 줄었고 직원은 웬만한 중소기업의 직원수 보다 더 적은 100명에 불과한 초미니 부서가 됐으며, 그나마 2008년도에 진행된 사업들도 대부분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것이어서 성평등 정책 기구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하였다.
나는 이 말에 적극 동의한다.
가족정책을 예로 들어 보자. 작년 2월말 새정부 들어서기 전까지 여성부의 명칭은 ‘여성가족부’였다. 가족의 업무를 여성의 입장, 즉 여성에게 이로운 입장에서가 아닌, ‘성평등’적 관점에서 조명하여 새로운 사회변화의 흐름에서 여성의 가족내 역할을 조명하는 정책이 입안되고 시행되었다.
예를 들면, 여성의 입장에서는 ‘일과 가족의 양립’이라는 어려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하는데 기존의 여성가족부에서는 가족정책은 이러한 여성의 어려움을 고려한 가족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조정되었다.
그러나 2008년 새정부 들어 가족정책이 보건복지부로 넘어감으로써 새로운 사회변화의 흐름인 성평등적 관점에서의 가족정책이 방향을 잃고 있다. 기존의 성역할을 강조하는 일상적인 가족지원정책만이 남게 되어버린 것이다.
여성단체들의 의견에 따르면 “현재 가족정책은 ‘노인·장애인·아동이 방치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제목 아래 실시되는 대상별 지원 말고는 다른 정책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현재 여성부에 남아있는 여성정책이라고는 급작스럽게 조성된 경제살리기 이외에 여성폭력과 관련한 기관들을 지원하는 업무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중앙정부의 역할은, 관련되는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연구하여, 정책으로 입안하고, 예산을 세워 직접 시행하거나, 지자체들이 시행할 수 있도록 전달하고, 일부 직접 집행하기 어려운 부분은 민간기구들이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여성폭력 업무와 관련하여 여성부가 직접 여성폭력피해자들을 상담하고 지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상담소나 보호시설들이 대리하여 활동하고 여성부는 민간기구들이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여성단체들은 경제위기 상황일수록 정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제공과 인권보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며 분야별로 정책을 제안했다.
제안 내용은 첫째, 여성부 강화 및 성평등기본법 제정. 둘째,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보육정책 수립. 셋째, 젠더 문제를 결합한 종합적인 가족정책 수립. 넷째, 괜찮은 여성 일자리 50만 개 창출. 다섯째, 비정규직법 개악 중단 및 공공부문 여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이다.
따라서 여성부는 여성단체들이 제안하는 이 내용들을 적극 수요하여 정책으로 입안하여야 하며 예산을 세워 실질적인 집행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경기도는, 이러한 여성단체들의 요구가 비단 여성부에만 해당되지 않음을 인식하여 지방자치단체에서 실행 할 수 있는 부분은 구체적인 정책으로 수립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성정책에 대해서 ‘여성’이 아닌 ‘남성, 아동, 노인, 청소년’들을 제외하고 여성 혼자서만 잘되겠다고 욕심부리는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매우 잘못된 오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여성정책이 잘 입안되고 실행되어야만 ‘남성, 아동, 노인. 청소년’들이 함께 공생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대단히 합리적인 정책이라는 사실. 이 점을 반드시 공감하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여성정책은 성평등적 관점에서도 필요하지만 그동안 합리적이지 않았던 사회문제들을 풀어내려가는 중요한 사회적 사안이라는 사실을 공감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