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문화”를 위한 제언
작년 한해 우리 사회는 식품의 이물질혼입과 광우병, 조류독감, GMO식품, 그리고 멜라민 파동까지 식품과 관련된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다. 건강을 위협할 수 있고 심하면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먹을거리 문제에 대해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소비자정보센터에는 식품과 관련된 상담과 문의가 크게 늘어났다.
예전에는 그냥 넘어갈 문제도 소비자의 정당한 권익을 찾기 위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고 다른 소비자의 피해를 걱정해서 제보하고 신고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또한 지난 해 경기도 소비자정보센터에서 소비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식품으로 인해 소비자피해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소비자의 58.0%가 “사업자의 관리 미흡 및 비양심”이라고 응답했다.
뿐만 아니라 식품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 중 32.6%만이 정당한 보상을 받았다고 응답해 식품업체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반면 식품업체에서는 식품 피해를 이유로 부당하게 과다한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며 하소연한다.
개봉한 제품에 이물질이 혼입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또는 취식 후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등은 확인이나 입증이 어려운데 무조건 거액의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도 한다. 작년 말 식품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4%의 업체가 악성 소비자(Black Consumer)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의 경우 식품이 부패·변질되거나 이물질이 혼입된 것을 이유로 무조건 수백·수천만원의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접수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여전히 “착한 소비자”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식품과 관련된 현행 보상기준이 미흡한 것이 문제다. 정상적인 소비자라 하더라도 구입한 500원짜리 우유가 변질되었을 때 현 규정대로 “구입가 500원 보상”에 동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의를 제기하는 데 드는 통신비나 교환·환급을 위해 소요되는 교통비·시간 등을 고려하면 구입가만을 보상하라는 현행 규정의 보상은 포기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미흡한 보상기준이 오히려 선량한 소비자를 악성소비자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식품사업체 중의 일부에서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보상기준이 미흡하므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실제로 식품피해가 발생하면 “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이외에 어느 정도의 추가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관행이다.
따라서 사업체 입장에서도 불량식품으로부터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심리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통해 악성 소비자의 부당한 요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식품관련 분쟁에 대해 올해 초 한국소비자원의 의미있는 분쟁조정사례가 있었다.
변질된 유제품을 구입한 후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한 소비자와 규정대로 구입가만을 보상하겠다는 사업자의 분쟁에 대해, 구입가 이외에 추가로 20만원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결정이 그것이다.
“착한 소비자의 착한 소비문화”를 위해서는 우선 식품피해의 보상기준을 “구입가 환급”에서 “구입가의 oo배 보상”으로 개정해야 한다. 신체 및 생명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식품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소비자에게도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인터넷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사업체에 피해를 입히는 행위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기본법 제5조(소비자의 책무)에 따라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해야 하며, 스스로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사업자는 소비자피해발생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에게 신속하게 보상해야 하며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론 또한 중립적인 보도가 중요하다. “소비자=피해자, 사업체=가해자”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공정한 보도를 통해 소비자·사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보상기준이 개정되고 소비자와 사업자가 정당한 권리와 책무를 행사한다면 우리 사회의 악덕기업, 악성소비자(블랙컨슈머)는 사라질 것이다. “착한 소비자의 착한 소비문화”가 정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