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한나라당 공성진의원은 보험사기 적발을 우해 금융위원회가 건강보험공단 등에 개인질병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성진 의원의 보험업법 개정 취지는 최근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강호순 사건처럼 보험금을 노리고 부인과 장모를 방화·살해하는 등 강력사건화 되고 있어 보험사기의 적발 및 방지에 있어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질병정보 요청권은 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와 건강보험공단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개인정보보호와 기본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해 국무회의에서 철회된 바 있다.
공성진 의원은 국민의 개인 질병정보를 보험업계가 확인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 보험사기로 인한 피해가 연간 2조2천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대다수의 선량한 보험계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관한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민간 보험회사에서 이들의 정보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요청해 직접 조사를 펼쳐 보험사기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성진 의원이 밝힌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 누수금 2조2천억원은 정확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단지 2007년도 보험사기 적발실적 2500억원에서 10배를 어림짐작한 추정치에 불과하다. 또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아무 죄없는 선량한 사람들의 극히 개인적인 정보들이 열람되어 진정 선량한 사람들의 인권침해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금번에 예고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사기혐의자가 특정기간에 특정질병으로 인해 입원한 사실이 있는지 질의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를 확인해 可否를 답변하는 방식으로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한 우려를 감안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건보공단이 보유한 개인 정보가 외부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개인 질병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내적 영역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헌법 제17조)가 있는 것이다.
사실, 전 세계 어느 나라나 ‘보험사기’가 있다. 그래서 모든 나라가 이와 같은 보험사기를 예방하거나 적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보험사기를 조사하기 위해 공공기관에서 보유한 국민의 개인 정보를 활용하도록 허락하는 나라는 없으며, 이에 따라 민간 보험회사들은 보험사기를 조사하기 위한 별도의 방법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왔다. 우리나라 역시 검경의 조사가 시작되면 건보공단이 보유한 개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이미 허락하고 있으며, 만일 민간 보험업계가 특정인에 대해 보험사기 혐의를 가지고 검경에 수사의뢰하면 보험사기를 조사할 수 있다. 또 원칙적으로 보험사와 보험계약자의 계약관계 및 그로 인한 분쟁 발생시 그 해결은 당사자 간의 문제이며, 일방 당사자의 사기 등 범법행위 발생 의심시 수사기관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최근 채권추심업체 직원이 병원에서 사용하는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를 불법 도용해 건보공단 가입자 정보를 무단 조회한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민간 영리회사는 건보공단의 정보를 영리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일련의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의 건강정보가 민간 보험사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완전히 보험에서 배제함으로써 최고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될 것이고, 보험금 지급에 있어서도 개인들의 건강정보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을 아주 보수적으로 변경해 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보험금을 일부만 지급하는 일이 가능하게 될 수도 있다.
사생활의 본질적 측면에 속하는 당신과 당신 가족의 정신질병, 낙태 등의 질병 정보가 민간보험사가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데 이용되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건보공단에서 가지고 있는 국민들의 치료, 질병 정보의 원 소유자는 국민 개개인이다. 다만 진료비의 심사 및 지불을 위해 부득이하게 건보공단이 정보를 가지게 된 것이다. 따라서 원 소유자인 국민 개개인의 허락도 없이 국민의 건강정보가 민간 보험사에 제공되는 것은 부당하며, 공성진 의원의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