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77)씨의 대하소설 「토지」가 판본을 거듭해 출판하는 과정에서 원작이 크게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고교 교과서에 실린 「토지」의 인용부분도 원작과 거리가 멀어 의미전달이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유찬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는 13일 "완간된 지 10년 된 「토지」가 그간 여러 출판사를 전전하며 판본이 바뀌는 과정에서 탈락이나 누락뿐 아니라 출판사 편집자들이 임의로 작품에 손을 대는 바람에 작품 소제목이 상당수 바뀌었고, 세부 내용도 많은 부분이 첨가 또는 삭제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고교의 경우 제6차 교육과정의 국어(하)와 문학교과서, 제7차 교육과정의 문학교과서에도 원작과 다르게 변형되거나 탈락된 인용문이 실린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제6차 교육과정 고교 국어(하)에 실린 인용문은 「토지」의 1부 1편 2장에 들어 있는 내용으로 최참판댁에 머슴으로 들어온 윤씨 부인의 사생아 구천이가 형수인 별당아씨에 대한 연정을 어쩌지 못해 한밤중에 지리산을 헤매고, 그 종적을 추적하기 위해 최참판댁 종인 삼수와 돌이가 쫓아나서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토지」의 최초 연재본에는 "산신을 만나믄 우짤라꼬." "호식으로 태어났다믄 방구석에 앉아 있다고 성하까." 등 마침표(.)로 돼 있는 문장부호가 교과서 인용문에는 물음표(?)로 바뀌었다.
"저 눔의(누무) 늙은이, 자갈을 물리던지 해야겄다. 머 묵을라고 안 죽노?(.)"
(바우할아범의 앓는 소리에 침을 탁 뱉으며 삼수가 지껄였다.)
"명을 인력으로 하는가?(.)(니는 천년만년 살 것 같나?)"
돌이 톡 쏘아 준다.
위의 인용문에서 원본에 실려 있는 괄호 안의 단어, 문장, 문장부호 등이 삭제되거나 임의로 변형된 채 교과서에 실려 있다. "니는 천년만년 살 것 같나?"라는 문장은 지식산업사가 발행한 판본에서 편집자가 임의로 만들어 넣은 것이다.
최 교수는 "교과서 인용문은 「토지」의 최초 완간본인 솔출판사의 판본을 원본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잘못된 인용문이 실린 것은 「토지」가 연재되는 동안 그 일부를 출간한 출판사들의 판본에 하나 둘씩 빠진 내용이 점차 누적된 결과"라고 말했다.
「토지」는 1969년 9월 「현대문학」에 처음 연재된 뒤 1972년 10월부터 「문학사상」, 1977년 1월부터 「주부생활」, 1981년 9월부터 「마당」, 1983년 7월부터 「정경문화」, 1987년부터 「월간 경향」, 1992년 9월부터 「문화일보」로 지면을 옮겨 총 5부를 완성됐다.
몇 차례 연재가 중단됐다가 완성된 이 소설은 1973년 문학사상사에서 처음 단행본으로 간행된 뒤 삼성출판사, 지식산업사, 학원출판공사, 솔출판사, 나남출판사 등 10여 차례에 걸쳐 판본을 바꾸어 출간됐다.
최 교수는 "연재본은 작가 원고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졌음에도 많은 오.탈자를 지니고 있고, 지식산업사본은 편집자가 임의로 단어를 첨가.삭제하고 문장을 만들어 삽입하는 등 원형을 훼손하는 데 치명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출판사본은 4부 서장을 임의로 독립시키는 등 문제점을 지니고 있고, 솔출판사본은 최초의 완간본인데도 많은 누락과 탈락을 지니고 있으며, 현재 유통되는 나남출판사본은 이전의 판본들이 지닌 결함을 총체적으로 물려받았다"면서 "여러 판본들이 나름대로 오류를 잡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좀더 정밀한 연구를 통해 원형을 확정함으로써 정본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연세대 인문과학연구소 프로젝트팀이 공동연구한 논문 '「토지」 판본비교 연구'를 17일 오전 10시 연세대 외솔관에서 '「토지」의 다매체 수용과 문화지형학'이라는 주제로 열릴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