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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박물관에 강도, 국보 문화재 강탈

국립박물관에 강도가 들어 전시돼 있던 국보 등 문화재를 강탈해간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강탈당한 문화재가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항과 항만 세관에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범인들의 몽타주를 작성하고 문화재 관련 전과자 등을 상대로 탐문 수사 중이다.
▣사건 발생
15일 오후 10시 25분께 충남 공주시 중동 국립공주박물관에 전기충격기와 흉기를 든 30대 중반의 괴한 2명이 열려있던 당직실 출입문을 통해 침입했다.
박물관 당직자 박 모(35.학예연구사)씨는 "당직실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괴한들이 들어와 전기충격기와 흉기를 들이대며 위협, 청테이프로 양손을 뒤로 묶고 논과 입을 가렸다"며 "당직실 출입문은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다 돌아오면서 깜빡 잊고 잠그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박물관에는 청원경찰 2명도 근무하고 있었으나 정문 등에만 머물러 있어 괴한들의 침입을 눈치채지 못했다.
범인들은 박씨를 묶은 뒤 전시실 출입문의 자물쇠를 뜯고 들어가 둔기로 1층 전시실 진열장을 부순 뒤 국보 제247호 공주의당금동보살입상(公州儀堂金銅菩薩立像) 등 문화재 4점을 갖고 달아났다.
범인들이 달아난 뒤 박씨가 결박을 풀고 청원경찰을 통해 경찰에 신고한 시각이 오후 10시 44분인 점에 비춰 범행에는 19분이 걸렸다.
▣피해 유물
범인들이 가져간 공주의당금동보살입상은 1974년 공주시 의당면 송정리의 한 절터에서 출토돼 1989년 4월 10일 국보로 지정된 것으로 높이는 25㎝이다.
이 금동불은 머리에 삼면보관(三面寶冠)을 쓰고 있는데 가운데에 작은 부처가 표현돼 있어 관음보살을 형상화한 것임을 알 수 있으며 이마는 머리카락이 반쯤 내려와 덮고 있으며 양옆으로 땋은 머리는 귀를 덮고 어깨까지 길게 내려왔다.
신체에 밀착된 얇은 옷은 양쪽 어깨로부터 내려와 배 아래부근에서 X자로 교차됐고 팔에 걸친 옷자락은 양옆으로 내려와 대좌(臺座)를 덮으면서 돌출됐으며 양손에는 팔찌를 끼고 있는데 오른손은 가슴부분까지 들어 손바닥을 밖으로 하고 연꽃봉오리를 잡고 있으며 아래로 내린 왼손에는 보병(寶甁)을 쥐고 있다.
튀어나온 부분의 도금이 일부 벗겨졌을 뿐 금색이 우수하고 출토된 곳이 확실한 보살상으로 안정된 표현기법과 배꼽부분에서 교차된 구슬장식, 둥근 연꽃무늬 대좌 양식 등에서 7세기 백제 때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범인들은 또 1986년 보령 앞바다에서 인양된 고려시대 청자상감포류문대접과 청자상감국화문고배형기, 같은 해 공주시 계룡면 하대리에서 출토된 분청사기인화문접시 등 비지정 문화재 3점도 함께 가져갔다.
한편 공주박물관 1, 2층 전시실에는 1천700여점(총 1만3천여점 보관)이 전시돼 있으며 범인들이 침입한 1층 전시실에는 공주의당금동보살입상 말고도 비석 모양의 돌에 불상과 돌을 새겨놓은 국보 제108호 계유명삼존천불비상(癸酉銘三尊千佛碑像)이 있었으나 크고 무거워 가져가지 못했다.
▣적외선 감지기 미작동
경찰조사 결과 박물관 내에 설치돼 있던 적외선 감지기가 꺼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장도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아마 당직자가 순찰을 위해 적외선 감지기를 꺼두었던 것 같다"면서 "순찰을 할 때 적외선 카메라가 작동하면 경보음이 울리기 때문에 잠시 꺼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출입 셔터를 닫아 놓은 상태라면 외부인 침입이 불가능하지만, 마침 당직자가 바람을 쐬기 위해 잠깐 셔터를 열어놓은 틈을 타 2인조 강도가 침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의 1층 전시실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데 대해 이 관장은 "1층 전시실은 원래 강당으로 사용하다가 1995년 무렵부터 전시실로 개조해 사용해왔다"면서 "마침 새 공주박물관이 오는 12월 준공 예정이고, 내년 초에는 이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보안장비 투자 등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공주박물관 보안장비는 CCTV 4대, VCR 11대, 모니터 1대, 적외선감지기 6대 등이 설치돼 있으나 다른 국립박물관에 비해 열악한 실정이다.
▣허술한 박물관 방범체계
국보 19점, 보물 4점, 도지정 문화재 1점 등 1천700여점의 백제시대 유물이 전시된 국립박물관 전시실에 강도가 침입했는데도 비상벨이 울리기는 커녕 비상사태에 대비한 폐쇄회로TV(CCTV)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나마 2층 전시실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낮시간대에만 가동시킬 뿐 방범 취약시간인 야간에는 가동하지 않고 잠을 자고 있었다.
방범 근무자 역시 범죄에 대비하지 못해 범행 당시 당직자는 당직실 출입문을 잠그지 않고 있었으며 실외 근무자 역시 긴급 연락이 이뤄지지 않아 범행 발생 사실을 안 것은 이미 유물이 도난당한 뒤였다.
또한 최근 일반 가정에서조차 자동 방범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박물관 건물의 방법시스템이 고작 인근 파출소와 연결되는 비상벨뿐이고 적외선 감지기가 6개 설치돼 있으나 경비업체 등은 커녕 청원경찰 근무초소로도 연결되지 않은 채 당직실에 경보음만 울리는 것이다.
▣경찰 수사
경찰은 범인들이 국보 문화재를 골라 가져간 점으로 미뤄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범인들이 현장을 사전 답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2층 전시실에 설치된 CCTV 녹화테이프 10개를 확보, 당직자 박씨와 함께 용의자 압축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범인 중 1명의 몽타주를 작성해 전국에 배포하고 강탈당한 유물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에 대비, 전국 공항과 항만 세관에 피해 유물들의 사진 등을 보내는 등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범인들이 당직자 박씨를 묶었던 청테이프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범인들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범행을 저지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문화재 관련 전과자 170여명과 우범자 및 강도 전과자 등을 상대로 탐문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경찰은 이밖에 박물관 직원 12명과 용역관리요원 8명, 공익용원 3명, 일용직 5명 등 박물관 근무자 35명의 이번 사건 관련 여부를 수사중이다.
경찰은 이와 관련, 용의자 및 피해 유물 소재 제보자에게 신고보상금 2천만원을 지급키로 하고 이같은 신고보상금 내용과 피해 유물 사진, 사건 개요, 용의자 인적사항, 신고 연락처 등이 담긴 인터넷 창을 충남지방경찰청 홈페이지(www.cnpolice.go.kr)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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