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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직업에 귀천이 있는가 없는가?

 

우리는 쉽게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을 한다. 정말 귀천(貴賤)이 없을까? 만약 있다면,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요즘 세태야 배금(拜金)에 물들어 돈을 많이 버는지 여부와 그 직업이 땀을 많이 흘려야하는지 이 것이 척도(尺度)가 돼 버렸다.

사회로부터 그 직업이 긍정적인 평가(존경은 아니더라도)를 받는지는 오래전에 도외시(度外視)됐다. 너무 에둘러(돌려서) 말한 것 같다. 본론을 꺼내야겠다.

경찰이란 직업은 귀천으로 나누면 어디에 속할까? 우리 나이야 직접 경험은 못했지만 우선 경찰하면 떠오르는 게 일제강점기의 주재소, 좀 더 구체적인 인상은 콧수염을 기르고 긴 칼을 옆에 차고 목이 긴 장화를 신고 독립운동하는 어른들을 핍박하는 순사에서부터 시작한다. 4·19, 5·16... 혼란한 사회적 격동기를 지나서야 민중의 지팡이로 자리잡게 된다.

친구 가운데 L총경이 있다. 교육대학 출신이다. 당시만 해도 집안사정은 어렵지만 머리 좋은 사람들은 교사란 직업이 보장되기 때문에 교육대학은 꽤나 경쟁이 치열했다.

의무기간 5년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제복에 대한 동경으로 경찰에 입문했는데 경기도, 강원도 관내의 서장을 여섯번이나 역임했다.

이건 대단한 기록이라고 한다. 유능하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경력이라고 한다. 경찰관이란 좀 빠릿해야 유능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비가 와도 경망스럽게 피하면 안된다고 유가(儒家)에서 자라고 배운 그가 더구나 말도 느릿하고 행동도 좀 굼떠 보이는 사람이 어떻게 이 처럼 능력을 인정받았을까? 저녁자리에도 양복 상의를 한사코 벗지 않는다.

나중에 알았지만, 양복속에 경찰복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꽃이라는 총경! 양 어깨위에 각각 무궁화 4개가 달린 견장(肩章)이 주위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지않기 위해, 그리고 비상이 걸리면 옷을 바꿔입는 시간도 절약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복을 입는 사람의 교양인 것이다. 또 있다.

매우 인문학적(人文學的)사고가 풍부하고 겸손한 사람이다. 부하들에게 형의 입장이 되어 사근사근히 충고를 하고 개인적인 일을 마치 제 일처럼 걱정하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청빈(淸貧)이라고 까지 표현하긴 뭣 하지만 화려하지 않고 값싼 대신 인심이 수더분한 집만 찾아다니는 천연스러움이 있다.

며칠전 비바람이 정말 극성인 날 마주 앉았다. 오전에 공로연수(功勞硏修)를 신청하고 사물을 정리하고 내일부터 쉰다고 했다. 그가 했던 말 “옛날에는 경찰관들이 모든 공무원들 가운데 봉급의 최하위였네, 소위 권력의 끝자락이라도 쥐고 있었음으로 알아서 벌어서 생활에 보태라고...”

“교통경찰이 오늘 마누라 곗날입니다. 이런 말도 했고, 또 사이카를 타려고 빽도 동원하고... 호랑이 담배피는 시절도 있었네. 지금은 아시다시피 정말 맑아졌네.

우리 모두가 민중의 지팡이란 말... 신념을 넘어 마치 종교처럼 받들고 있네. 그런데 파출소장은 6급(주사) 대우를 받고 관할 범위가 비슷한 동장은 5급(사무관), 경찰서장이 4급(서기관) 대우를 받는데 구청장(임명직)은 4급. 소위(少尉) 임관한 뒤 중위를 거쳐 자동진급되는 대위가 5급, 그리고 평검사가 3급(부이사관)... 상대 직업을 낮춰서 이야기하는 것이 결코 아닐세. 힘들지만 명예 그리고 긍지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겐 사회적대우가 무엇보다 중요한 법인데...

그리고 법조계(法曹界)는 변호사, 집행관, 법무사와 세무공무원은 세무사 등 퇴직후에도 문이 활짝 열려 있지만, 나는 아직 장래계획을 구체적으로 잡을수 없네...”

헤어질 때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등을 돌렸는데, 그 친구 못지 않게 내 마음도 무거웠다. 며칠간 머리속에 맴도는 생각이 경찰관은 귀한 직업에 속하는가, 아니면? 아직도 풀지못한 어려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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