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보니 벌써 11월도 며칠 밖에 남지 않았다. 대학 총장으로서는 이맘때가 되면 무엇보다 졸업생들의 진로 문제가 마음을 짓누른다.
불황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대졸자의 취업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할 뿐더러, 취업을 한 사람들도 보통 수 십 차례 이상을 이 회사 저 회사문을 두드린 뒤에야 일자리를 얻는 등 지난 몇 년 동안 청년들이 직장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만 지고 있다. 정부도 청년들의 취업지원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경제위기의 여파가 워낙 큰 탓인지 단박에 효과가 나오지 못하는 듯 하다.
정부가 적극 장려하는 지원책 중 인턴제도가 있는데, 지금까지는 이 제도에 대해 정규직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제대로 된 업무능력배양 기회가 되지 못한다는 등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말고, 기업과 협의해서 기업 채용제도와 연계하는 등 조금만 보완한다면 인턴제도는 많은 장점을 가진 제도라고 생각된다.
필자가 유학하던 1980년대부터 독일에서는 경영대학을 졸업하려면 회사에서 최소한 1학기 이상의 ‘프락티쿰’과정(인턴제도와 유사)을 반드시 거쳐야만 했다.
프락티쿰 자리도 학교 측에서 알선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학생 자신이 기업에 지원서를 내서 스스로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이런 경험 자체가 졸업 후에 취업지원서를 쓰는 데 도움이 될 뿐더러, 회사에서 프락티쿰을 하다보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현장에서 체화하거나 접목도 하게 되고, 막연하게 생각해온 진로에 대해서도 되돌아 보는 등 매우 유용한 기회였다. 독일 학생들은 대부분 2학년 때 부터 프락티쿰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하며, 운이 좋아서 자기가 원하는 회사와 잘 맺어지면 프락티쿰이 끝난 후에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방학마다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근무도 하고, 졸업 후에는 그 회사에 취직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 대학에서는 현 정부가 역점 추진하고 있는 해외인턴사업을 산학협력과 연계 운영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유일의 국립철도대학인 우리 대학에서는 지난 2년 동안 해외 유수의 철도관련 기업들과 산학협력을 맺고, 이 회사들과 인턴 제도를 추진하였다. 올해 1월 우리 졸업생 2명이 세계 최대의 철도차량제작회사인 봄바디어(Bombardier)본사에 인턴으로 파견되어 뉴욕의 JF 케네디 공항 등 에서 약 6주간의 해외인턴과정을 거친 후 그 회사에 취업하였다. 2학기에는 재학생 3명이 캐나다, 뉴욕, LA 등지에 위치한 이 회사의 작업장에서 6개월 과정의 해외인턴수업을 이수 중이다. 또한 차량기계과와 운전기전과 학생 4명이 세계최고의 고속철도 연결기 제작회사인 독일의 호이트(Voith)사에서 한 학기 동안의 해외인턴과정을 밟고 있다. 모두 회사 측에서 교육비와 숙식비용을 책임지고 있고, 특히 호이트사는 훈련생들에게 월 700유로의 용돈을 지불한다. 이 밖에도, 일본신호를 비롯한 일본회사에도 4명의 재학생이 파견되어 6주과정의 현장실습교육을 이수 중이고, 다음 주에는 경영관련학과 학생 20명이 러시아 극동철도대학교에서 4주 과정의 현장실습을 위해 하바로프스크로 떠난다.
산학협력과 연계한 해외인턴제도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해외 연수는 어학연수 위주다 보니, 해외에 나가서도 그 나라의 주류 사회를 경험하기 보다는 외국인 학생들끼리 기숙사에 머물다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외국회사에서 인턴 근무를 하다 보면 선진기업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동시에 어학도 훈련받는다는 이점이 있다. 외국 회사의 조직문화와 회사 생활을 경험할 수 있고, 그 나라의 문화를 몸소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인턴 생활을 성실하게 잘 마치면, 그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 대부분의 서구 기업들에서 인턴제도는 취업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에서는 앞으로 해외인턴 사업을 더욱 확대하여,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 현지 공장 등에도 학생들을 파견할 방침이다. 졸업을 앞둔 청년들에게도 어려울 때일수록 더 큰 꿈과 포부를 가지고 평생 직업을 얻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다. 글로벌 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꼭 국내 기업뿐 아니라, 굴지의 외국계 기업들도 과감히 문을 두드려 보라고 말하고 싶다. 정부도 국내 및 해외인턴사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더욱 확대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