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6일부터 열흘간 진행된 경기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이하 행감)가 끝이 났다. 필자가 소속한 단체에서는 해마다 행감 모니터단을 꾸려 경기도의회를 지켜본다. 올해 모니터단은 단체 회원을 포함하여 평소에 자원봉사 등 관련 분야에 활동 경험이 있는 분들이 관심 상임위원회를 방청할 수 있도록 구성하여 우리 손으로 뽑은 우리의 대표자의 활동을 지켜보았다.
이번 행감을 모니터 하며 도의회 구성에 대한 구조적 문제가 크게 눈에 띄었다. 제7대 경기도의회는 출발부터 좌우 대칭이 맞지 않는 기우뚱한 모양새로 출범했다. 도의회는 총원 116명(3명 결원)에 한나라당 98명, 민주당 12명, 민주노동당 1명 무소속 5명으로 구성되어 구조적 문제가 가져오는 힘의 불균형에서 이번 행정사무감사(이하 행감)도 진행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의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이 전혀 작동되지 않은 것을 이번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를 하면서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첫째 정책 비판을 위한 의원들의 논리 개발이 안된다. 김문수 도지사가 임명한 단체장의 조직 장악력, 업무파악능력 등을 묻지 않는다. 어차피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둘째 전문성 부족이다. 큰 그림을 가지고 정책비판을 하지 않는다. 대충해도 야당의 공세는 얼마든지 밀어부칠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다수당의 문제다. 셋째 정파적 시각으로 공정한 정책 감사를 기대할 수 없다.
이외에도 이번 행감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다. 우선 의원들이 개회시간을 지키지 않는다. 개회시간 10~20분 지연은 이제 관행이 된 듯하다. 이후 회의 참석도 불성실하기는 거의 예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감사장을 끝까지 지키는 의원은 지극히 소수다. 12~14명의 상임위원 가운데 사회자 1명 외 1~2명이 있을 뿐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발언만 마치면 퇴장한다. 다른 의원이 하는 질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나보다. 동일한 부서인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회의참여가 불성실 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선거 당시 이 자리에 오고 싶어서 얼마나 간절히 주민들에게 약속하며 거리를 다녔는지 아직 기억이 생생한데 저들은 벌써 잊었는가 싶어 쓴웃음이 난다.
공무원은 긴장감이 없다. 피감기관 책임자에 대한 문책보다 실무자선의 실수 지적이 대부분인 것이다. ‘잘못했습니까?’, ‘잘못했습니다’ 여기까지다. 일례로 미술관, 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 남한산성관광사업단, 실학박물관, 도서관 등 개성과 내용이 모두 다른 12개 기관이 한 지붕 여러 식구 꼴로 모여 있는 경기문화재단 감사 결과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건지 아무 결론이 없다. 문화 정책 전반에 대한 전문성은 어느 누구에게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또한 행감에 대한 공정성이 떨어지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도청 대변인실과 도교육청의 공보담당관의 업무에 대한 판단이 하늘과 땅 차이, 아니 땅도 과분했다. 천당과 지옥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도 대변인실의 지난해 대비 2009년의 중앙언론에 대한 100% 증액된 예산과 지역언론 예산 감소로 이어졌으나 이에 대한 지적은 커녕, 중앙언론 공중파방송 집중에 대한 칭찬과 격려가 이어진 반면, 경기도교육청의 소위 ‘무상급식’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교육감의 정책에 대해 해가 저물도록 이어지는 한풀이 행태(지역언론이 어려운데 교육청은 왜 중앙지에 행정 광고를 주냐, 교육청이 이런 보도를 내서 우리를 내년선거에서 다 떨어지게 할거냐 등)를 보고 도무지 공정한 정책감사를 기대하기에는 애초에 틀린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반면 열심히 연구 조사하여 도민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원도 있었지만 이미 거대 조직속에서 개인은 이미 머리보다 더 큰 모자를 쓰고 있는 것과 같았다.
이번 행감에서 도민 모니터단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우리가 정치라는 단어에 미리 고개 돌렸었는데 그럴 일이 아닌 것 같다”, “투표할 때 우리가 후보자를 너무 모르고 생각없이 뽑았다”, “앞으로는 내가 뽑은 의원을 계속 지켜보겠다”, “다음 선거는 잘하자”였다. 이것만으로도 행감 모니터단은 큰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