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수업 잘 하는 교사’ 양성에 나선다고 한다. 내용은 교원임용부터 수업능력 평가를 강화하고, 현장교사에겐 연 4회의 공개수업 의무화와 수업우수교사 인증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승진과 성과급에 반영하는 등 교사간, 학교간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업전념 여건 조성을 위해 교사의 행정업무 경감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연 4회 수업공개 의무화라는 말에 현장 교사들의 속이 벌써부터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모 인터넷 매체에 실린 어느 선생님의 자조 섞인 고백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자신의 직업에서 인정받는 ‘유능한 교사’가 되고 싶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수업선도학급(수업우수교사 인증제와 유사)을 운영했는데, 실적을 평가받는 수업공개 날, 수업을 참관하러 온 다른 교사와 장학사 앞에서 ‘보여주기 위한 한 편의 쇼’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런 자신에게 화가 나 결국 ‘수업 잘하는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머리에서 지웠다는 얘기다.
사실 경기도는 오래 전부터 교사의 수업기술 향상을 위한 나름의 교원정책을 실시해 왔다. 잘 가르치는 교사를 뽑자는 수업실기대회가 바로 그것인데, 종전에 전보상 혜택만 주던 것을 몇 해 전부터 승진가산점을 주는 것으로 바뀌면서 이제는 수업실기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 승진하지 못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해마다 참가교원이 폭증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늘어나는 참가 교원 수만큼 그들이 담당한 교실이 학생들에게 질 높은 배움이 있는 행복한 교실로 변모했냐는 물음에는 참가교원 자신도, 주위 동료교원 누구도 결코 자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모든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 공개를 꺼린다. 수업을 참관하는 사람이 내내 자신만을 주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남 앞에서 자신이 발가벗기는 느낌을 갖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자녀학교 방문의 날 학부모의 눈길은 교사에게 있지 않고 자기 자식에게 향해 있다.
그것은 수업을 참관하러 오는 부모의 관심이 선생님이 얼마나 수업을 잘하시나 보다는 내 아이가 발표는 잘하는지,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배우고 있는 지에 더 관심이 있다는 반증이다.
이젠, 그런 학부모의 심정으로 교단현장도 수업 보는 시선을 교사에서 학생에게로 바꾸어야 한다.
좋은 수업의 질은 교사의 수업기술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 하나하나에게 진정한 배움이 일어났는가 하는 관점으로 판단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배움의 공동체’는 일본 동경대학교 사토마나부 교수에 의해 주창된 학교개혁의 핵심 원리로서, 학교는 한명도 빠짐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질 높은 수준의 배움을 보장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일상의 수업을 통해 교실이 진정한 ‘배움의 공동체’가 되도록 수업연구와 연수를 중심으로 학교를 재구조화하자는 자발적 학교개혁 운동이다.
이 같은 사토마나부의 학교개혁 철학에 동조하여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학교가 현재는 초등 2천여개교, 중등 1천여개교에 이를 정도로 일본 전역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도 사실은, 학생들에게 진정한 배움이 있는 교실 만들기를 변화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이웃 일본의 자발적인 학교교육 개혁 사례를 도입해 보자는 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교사가 마음먹지 않고는 결코 수업은 변화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수업전념 여건 조성은 경쟁보다는 교사의 자발성과 동료성 구축에 기초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사들이 서로 교실을 열고 좋은 수업 창조와 연구를 위한 직업전문성 발휘로 한 걸음 더 내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실에 변화가 없는 학교의 변화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학교가 시설이나 환경은 많이 좋아졌는데, 교실풍경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공교육 당사자들은 교육행정과 학교경영의 중심을 학생과 교사에 두고 학교를 바꾸고, 교실을 바꾸고, 수업을 바꾸어 나가는 변화에 빨리 나서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공교육이 이제는 외면이 아니라 버림받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