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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름다운 동반자 ‘기부천사’

기부, 사회건강의 원천
기부행위도 존경 받아야

 

갈등과 혼란의 한 해가 지났다. 집착과 욕심을 잠시 접고 힘겨운 이웃을 한 번이라도 더 돌아보고 싶다. 연말연시는 연례행사가 줄을 잇기 마련이다.

스타들의 불우이웃 돕기 팬 사인회, 각 구호단체의 불우이웃 돕기 성금함을 비롯해 자선경매, 일일 호프, 송년 음악회 등 거의 모든 행사가 불우이웃 돕기 명목으로 진행됐다.

차가운 겨울 바람을 이겨내야 할 불우 이웃과 각 사회복지단체에겐 1년 중 아주 중요한 시기다. 기부액을 합치면 1억6136만원에 이른다.

전주 노송동에서 성탄절을 전후해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얼굴 없는 천사’ 이야기다. 이웃을 생각하는 진정성, 조건 없는 선행은 우리 시대에 필요한 나눔의 완성품이다. 구두 수선을 하며 번 돈의 1%를 기부해 왔던 는 이창식 씨 역시 그런 경우다. 천사의 돈은 기적을 낳는다.

전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신원을 밝히지 않고 돈이나 쌀을 놓고 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제는 전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 80대 노인이 100만원권 수표 30장이 들어 있는 봉투를 직원들에게 건넨 뒤 황급히 떠났다.

최근 진안읍사무소 현관에 밤새 쌀 50포대와 ‘어려운 분들을 도와 달라. 많이 못 드려 죄송하다’는 메모만 남긴 이가 있었다.

‘얼굴 없는 천사 신드롬’이 일고 있다. 가슴 찡한 기부천사들이다. 베풀고 나눈다는 것은 분배가 고르지 못한 사회의 응달에 햇빛을 비추는 것과 같다. 우리는 나눔으로써 더 행복해지고 더 풍요로워진다.

돈 대신 시간이나 재능을 제공하는 자원봉사자도 늘고 있다. 내 것이 넘쳐 나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갖지 못한 사람의 모자라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나누는 것이다.

김밥 할머니 정신은 학교에서 가르쳐야 될 고귀한 사랑의 가르침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김밥 할머니들이 기부문화의 명맥을 이어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부에 인색하다.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지가 소개한 기부의 놀라운 진실들에 따르면 1달러의 기부는 19달러의 수익을 불러오며, 무형의 사회통합 기능까지 보탠 사회적 경제적 효과는 엄청나다고 한다. 경제 측면만 봐도 기부는 훌륭한 투자인 셈이다.

나아가 기부는 빈부 격차와 사회 갈등을 누그러뜨리며 사회공동체의 건강성을 높여 주는 힘의 한 원천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적 사례인 사회지도층이나 고소득층의 기부참여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아름다운 재단이 2007년 조사한 우리나라 국민의 기부와 자원봉사참가여부를 조사한 결과 개인 기부참여율은 55%였고 국민 1인당 연평균 기부금액은 10만9000원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개인기부 참여율은 92%, 1인당 기부액은 평균 119만원에 달한다.

소득 수준을 감안해도 우리나라는 아직 기부 선진국이 못 된다. 기부문화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미국에서는 사회지도층이 기부문화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는 빌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전 회장,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 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진 고액기부자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전체 기부자들의 20%가 전체기부액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기부문화는 정기적인 기부보다는 자연재해나 재난이 발생할 때나 일회성 기부가 대부분이다. 사회지도층이나 부자들은 연말연시에 독거노인이나 고아원 등을 방문해 선물보따리를 풀어 놓지만 이 때 말고는 기부가 관심에서 멀어지고 만다. 과거 로마귀족들은 경쟁하듯 기부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또한 2천년의 로마역사를 가능케 한 것은 귀족들의 사회공헌덕분이었다. 로마귀족들은 노예와 귀족의 차이를 사회적 책임의 이행능력에서 찾았고,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하였다.

공동체가 유지되는 원리는 단순한 것처럼 보인다.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끊임없이 순환해야만 공동체가 원활하게 유지된다.

현직대통령으로 유례가 없는 자택과 일부 동산을 제외하고 331억을 기부한 이대통령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이 기부문화 활성화에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기부는 남을 기쁘게 하기에 앞서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 나눠주니 행복했다는 이들의 얘기는 진실에 가득찬 것임을 우리는 안다. 그것이 바로 기부가 갖는 마력이다.

기부 못지않게 기부자와 기부 행위에 대해 존경하고 감사하는 사회가 성숙된 선진 사회라는 것도 인식해야 할 기부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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