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시장에서 논술광풍이 사그라드는 듯한 때에 이번엔 특목고 입시가 도마에 올랐다. 교육 당국이 벌이는 사교육 잡기가 사교육과의 한 판 전쟁에 비견되고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외국어고 폐지 같은 극단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모두 그럴 듯한 이야기들이고 교육하는 이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들임엔 틀림없다. 어쨌건 공교육을 바로 세워야 사교육을 잡을 수 있다는 논리는 당연지사이고, 사교육의 팽창을 막아야 공교육이 살고 나라가 살 수 있으리라는 말이 통할 정도가 되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흘러간 옛 노래 같은 대가족제도를 들먹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뜬금없는 이야기’로 받아들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가족제도가 교육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다 보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대가족제도 하에서 어린아이의 양육은 온전히 가족의 몫이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보호하는 차원이 아니라, 보육하는 가운데 아이들에게 학습 습관이 길러졌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한다면 밖에 나가 노동력을 행사하지 않는 가족 구성원이 어린 아이들을 돌보며 그들에게 공부하는 법과 학습 습관을 익히도록 가르쳤던 것이다. 주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거나 일종의 선행 학습을 하게 하는 지도과정을 통해서였다.
사교육이 팽배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 분명 사교육이 필요한 사회이기에 광풍도 있는 것이고 그런 용어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교육 수요의 상당 부분은 문제점이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유로부터 사교육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어 보인다.
사교육의 폭발적 증가는 여성의 사회 진출 추세와 상관성이 많고, 평준화 정책과도 다소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에 맞춰 사교육 의존도가 폭발적인데는 대가족제도가 사라진 뒤 젊은 맞벌이 부부의 육아 및 보육 문제가 배경으로 자리한 면이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익히고 습관을 들이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이곳 저곳 다니며 기능을 익히고 받아먹는 공부에만 매달려 육아문제가 아이들로 하여금 사교육에 중독되게 하는 빌미가 됐다.
평준화를 사교육과 연결짓는 데에는 무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평준화와 함께 공부를 잘 하는 아이나 못하는 아이 할 것 없이 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받으면, 공부를 잘 하게 되고 좋은 대학에 갈 것처럼 여기는 풍조가 팽배해진 점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학원을 기웃거리고 과외를 받는 이들 중 많은 경우가 참공부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참공부는 받아먹기만 해선 안된다. 스스로 책을 읽고 정리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표현할 때 참공부가 되고, 학습능력도 이 경우에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주변에서 학원 한 번, 과외 한 번 접하지 않고도 특목고에 진학하고, 이른바 일류 대학에 버젓이 합격한 학생이 있지 않은가? 이와함께 머리가 비상한 학생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르든 늦든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고 학습습관을 잘 갖춘 사람들이다.
이제 우리 어린아이들의 학습에 관한 해법을 사회적 대가족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대가족제도의 부활을 꿈꾸자는 게 아니라 사회적 교육환경을 대가족시스템으로 가꾸어가자는 것이다.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는 것이 효율적이며, 지자체는 공영의 육아 시스템을 갖추고 어린아이들에게 공부하는 법을 익히고 학습 습관을 들이는 데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
단순히 받아먹는 공부가 되지 않도록 학생도 학부모도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함이 중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게 할 때 사교육비 지출 부담으로 아이 낳기를 꺼리고 아예 결혼을 아니하거나, 기러기 아빠를 만들면서까지 아이를 데리고 머나먼 타국 땅으로 어려운 공부길에 오르는 수고로움은 확연이 줄어들 것이다. 바야흐로 어린아이들의 학습에 관한 한 지역사회가 대가족의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