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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특별함과 평범함

일상의 가치 안목 키워야
사람 어울림 보여줄때

 

한달전 우연히 지방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거의 자동차로 여행을 다니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기차를 타게 됐다. 2년전 아이들과 함께 기차로 경주 유적지 여행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우리 가족에게 많은 추억과 기쁨을 주었다.

자동차나 고속버스의 비좁은 공간들에 비하면 기차는 공간이 넓어 공기흐름도 좋고 옆 좌석 과의 사이가 좁지만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서 빠르고 쾌적했다.

앞뒤 출입문에서 사람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비어있던 기차 안이 잠시 소란스럽더니 기차가 출발하자 이내 조용해지며 안내방송이 나왔다. 옆자리에 누가 앉으면 인사를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근심도 되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며 주변을 돌아봤다. 타자마자 잠을 청하는 사람도 있었고 컴퓨터를 열고 뭔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조용히 책을 보는 사람, 앞쪽의 남녀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탄 젊은 부부가 있었고, 뒤쪽에도 남녀 어린아이를 데리고 탄 젊은 부부가 있었다.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인사를 하려던 마음은 그냥 옆에 앉아 피곤한 듯 등을 기대 눈을 감아 버리는 통에 놓쳐 버리고 ‘옛날 인심과 많이 달라졌네’라는 속말만 되뇌이며, 바쁜 일상 속의 사람들을 찬찬히 관찰했다.

기차가 서울역을 출발하자 두 세 칸 뒤쪽에 자리했던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 탔던 곳에서 영어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젊은 엄마의 영어발음은 제법 원어민에 가깝게 코맹맹이 소리로 어린 아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하면, 서너살 된 아들은 ‘예’, ‘아니오’를 영어로 답하며 간단한 답들은 영어로 대답해 나갔다.

조용조용 말하는 듯 했지만 조용하기만 한 기차 안은 단번에 두 모자의 나지막한 영어교육 현장을 그대로 경청하고 있었다.

이때 몇 칸 앞의 젊은 부부는 어린아이들이 칭얼대자 곧바로 일어나 출입구 밖의 대기실로 나가 아이 달래기를 여러 차례하며 주변에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한참을 지나 영어교육은 끝나고, 젊은 새댁은 시댁의 어른들과 통화를 시작했다.

아마도 지방에 계시는 어른들의 생신을 챙기기 위해 내려가는 모양이었다. 주변에서 젊은 부부가 무엇 때문에 기차를 탔는지 지금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통화내용은 원하든 원하지 않던 들렸다.

이때 수업을 마친 어린 아들은 자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장난을 쳤지만 부부는 제지하지 않았다. 속으로 ‘영어교육만 시킬 것이 아니라 사리판단을 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 아닌가’ 하는 울화가 치밀어 오를 때, 뒷자리의 어른이 보다 못했는지 어린 꼬맹이한테 ‘이놈 그만해’ 라고 한마디 하신다.

그때야 젊은 부부가 주변을 의식했는지 부랴부랴 아이를 단속하며 전화를 끊고, 사태를 수습한다.

이미 주변 사람들은 속으로 많은 생각들을 했을 터였다. 한국말도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말썽을 피우자 이내 손목을 잡아끌고 출입문 밖 대기실로 나간다.

우연히 앞뒤로 정말 비슷한 정도의 나이에 두 가족이 타고 있었는데, 아마도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이 다른 것 같았다.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의 도리인가를 어렸을 때부터 훈련되고 연습되어지지 않으면 잘 모른다.

지식적인 것은 모르더라도 그가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면모를 갖고 있다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공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무엇인가를 조금더 일찍, 혹은 많이 안다는 것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되기보다는 먼저 평범함 이라는 일상의 것들을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할 것이다.

목적지까지 채 두 시간도 안 되는 동안 한국사회 ‘영어 교육의 광풍’을 현장에서 목도했고, ‘특별함으로 이야기 되어지며, 평범한 것이 어떻게 잠식되고 있는가’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에게 특별함을 통해 보통의 것과 구분되는 것만을 가르치고, 보여줄 것이 아니라 평범함을 통해 여러 사람이 어떻게 어울리고 함께 살아가는지에 대해 어른들이 보여 줄 때이다. 오월은 가족의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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