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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태윤주유소의 행복한 라면 한 그릇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수원종합 운동장 북쪽 도로 옆엔 태윤주유소가 있다. 태윤주유소는 일반 주유소와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다른 것이 있다. 먹을거리가 있다.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일반 주유소에서도 운전자들을 상대로 슈퍼마켓을 운영하거나 일부는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판다. 하지만 태윤 주유소는 특별하다. 분식집을 운영하면서도 돈을 받지 않는다. 아무나 와서 먹을 수 있다. 지난 2010년 4월12일부터 운영한 이 사랑의 분식집에는 ‘배가 고프신 분들께 무료로 식사를 제공해 드립니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7㎡ 남짓한 공간에 식탁, 밥솥, 가스버너가 설치돼 있다. 벽면에는 ‘식사 후 그릇은 직접 치워주세요’라는 안내문도 있다. 스스로 라면을 끓여먹고 치워야 하는 이른바 셀프 식당인 셈이다. 이곳의 고객은 한눈에도 허름해 보이는 옷차림의 노인이나 파지를 주워 파는 사람, 실직자들이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운영되는데 이 시간에는 주유차량보다 이들이 더 많다고 한다. 이 무료분식집을 운영하는 이는 태윤 주유소 대표 이원혁 씨다. “길에서 파지를 수집하는 어르신들이 안타까워 분식이나마 대접하려고 사랑의 분식집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은 배고플 때 밥을 주는 사람이다. 하루 종일 파지를 주워봐야 고작 몇 천원 밖에 벌지 못하는 이들에게 한 끼에 5천원이 넘는 식사는 큰 부담이다. 그래서 이원혁 대표는 “형편이 어려워 점심을 굶을 수밖에 없는 이웃들에게 따듯한 라면이나마 한 그릇 대접해 드리려고 마련한 장소이니 만큼 부담 없이 들러서 점심을 드시고 가시라”고 이 무료 분식점을 마련했다고 한다. 가톨릭 수사가 운영하는 인천의 ‘민들레 국수’와 같은 가난한 이들의 명소가 수원에도 생긴 것이다.

물론 라면은 이원혁 대표가 제공한다. 그런데 흐뭇한 것은 입 소문이 나면서 쌀과 라면을 제공하고 있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 정이 남아 있다는 증표다. 사랑의 분식집은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에 보도된 데다 입소문까지 타고 있어 이용객이 늘어나고 있다. 이 상태로 이용객들이 증가한다면 이원혁 씨 혼자의 힘으론 운영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따듯한 마음을 가진 이웃들의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십시일반이란 아름다운 말도 있지 않은가? 끼니를 굶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밥을 먹이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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