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기초 자치단체의 지방의회의원은 의정활동 과정에서 행정기관의 업무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지역주민들의 많은 기대와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그는 주민들의 요구를 저버릴 수도 없었지만 이러한 활동이 혹시라도 집행부나 이해관계 상대 측으로부터 이권개입이나 청탁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사실 지방의회 의원이 집행부에 대해서 지역주민의 요구와 기대를 전달하고 반영토록 하는 것은 의원 본연의 업무다. 그렇다 하더라도 업무 수행과정에서 이권개입의 오해를 낳아서는 안되며, 자치단체 주요정책의 심의·의결이나 집행부의 업무를 감시·견제하는 본연의 기능과 충돌을 일으켜서도 안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에 대한 판단은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 이권개입이나 청탁은 그 자체만으로는 부패행위로 보기 어려운데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서 판단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들의 민감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항일 경우 어디까지가 이해충돌이고 아니냐를 명확히 선을 긋기는 더욱 어렵다. 이 문제는 왕왕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나아가 의정활동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것이 지방의회 행동강령을 제정하게 된 이유다.
주지하다시피 공직자행동강령은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구체적인 행위규범이다. 공무원행동강령은 2003년부터 시행돼 이제는 중앙과 지방의 모든 행정기관과 공직유관단체까지 전 공공기관에 적용된다. 지방의회 의원도 부패방지법상 공무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무원행동강령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경우 일반 공무원과는 다른 의정활동의 특성 때문에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부패예방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2009년 초부터 전문가 토론, 지방의회를 비롯한 관련기관의 의견수렴, 공청회 등의 성안 절차와 관계기관 협의, 국무회의 심의 등 입법절차를 거쳐서 별도의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을 제정해 2011년 2월부터 시행하게 됐다.
지방의회 행동강령은 일반직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알선·청탁 금지 규정을 제외한다든지, 의정활동에 서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제척과 회피 제도를 강조한다든지 하는 의정활동의 특성을 반영하였다. 운영체계도 부패방지법에 근거한 대통령령으로 기본강령을 제정했고 이 강령을 토대로 각 지방의회별로 자체 행동강령을 제정토록 돼 있다.
또한 직무관련자의 범위, 접대비 상한선, 경조금 기준 등 일부 구체적 기준에 대해 지방의회가 조례로 제정토록 했다. 또 지방의회 내 행동강령운영자문회의를 구성하고 이 회의 의견을 들어서 의장이 징계 등 운영사항을 결정하도록 하는 등 자율적인 운영장치를 두고 있다.
의회행동강령의 시행과 관련해 의회에서 지방자치법과의 중복성 문제, 일부 조항에 대한 이견 등 문제 제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시행되는 만큼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본다. 사실 입법과정에서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지만 적용받는 입장에서 보면 실제 적용상황에서는 규정의 취지와 다른 문제점들이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행동강령의 운영상황을 파악해 의회활동을 규제한다기 보다는 행위기준을 분명히 제시한다는 행동강령의 기본 취지가 잘 구현될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 의회행동강령의 시행을 계기로 그간 직무수행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행위기준의 불확실성을 보다 명확히 하고, 투명도를 높여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하길 기원한다, 아울러 의회의원은 지역사회에서 공직자와 민간인을 연결하는 지도적 위치에 있으므로 앞으로 의회의원 행동강령을 통해서 형성된 올바른 행위규범이 사회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