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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돌려드리고 싶은 사랑

 

50대의 교수님, 며칠 전 부친상을 당하고 처음 나오신 강의 시간.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다’란 시 한편을 써 오셨다. 나는 낭송을 하다말고 훌쩍훌쩍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자꾸 아버지 떠나시던 날 그 눈부시게 화사했던 가을 햇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랜 지병으로 힘드셨을 아버지가 숨을 거두시던 날, 편안하게 감으신 눈, 조용히 다문 입술 위로 새로운 생을 준비하듯 피어오르는 미소가 꼭 햇살 바스러지게 화사했던 그 날 올려다본 그 가을 하늘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아버지라는 내 생각은 사춘기 이후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평범한 촌부로 일생을 보내다 가신 아버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버지였지만 나에겐 아주 특별한 아버지였다.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성인이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라는 거대한 조직 속에서 배운 것 없이 한 가정의 가장으로, 반듯하게 아이들의 존경받는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 번도 아버지의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솔직하게 아버지의 어려움과 우리들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함께 나누었을 뿐….

 

며칠 전 오래된 편지함을 정리하다 20년 전 아버지께서 시집 간 딸을 염려하며 보내주셨던 편지를 읽어 보게 되었다. 그 내용 중 ‘대부는 유천이요 소부는 유근이니(大富由天 小富由勤) 부디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라’라는 그 말이 마치 유언처럼 가슴에 남아 있다. 당신의 일평생 삶으로도 보여주셨듯이 내가 아버지께 물려받은 가장 큰 유산은 많은 돈도 아니요, 오직 그 근면하게 살아가는 삶을 마주하는 긍정적인 태도와 넘치게 나눠주신 사랑이었다. 돌아가신 지 7년이 지난 요즘도 문득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물지어야 할 만큼 그리운 그 아버지에 대해 늘 후회로 남아있는 것은 ‘그 사랑 왜 조금이라도 돌려 드리지 못했을까?’이다. 멀다, 바쁘다, 힘들다는 핑계로 나만 생각했던 이기적인 시간들, 그 시간 동안 아버지는 빠른 세월을 가고 계셨던 거다. 다리에 힘 풀리고, 혼자서 외출하기 힘들고 호흡기에 의존하시고 결국엔 떠나시는 순간까지. 떠나신 후에는 아무것도 돌려 드릴 수가 없다는 걸 왜 진작에 깨닫지 못했을까. 산소에 가서 소주 한 잔 올리는 것 외엔 무엇 하나 해 드릴 수가 없다는 것을….

아버지를 보내시고 홀로 남아 고향집을 지키시는 어머니. 며칠 전 우리 집 다니러 오신 날, 손 마주잡고 잠을 청하며 ‘아버지 때처럼 후회하고 싶지 않다’고 다짐을 했는데 어머니 댁으로 돌아가시고 나니 또 못해드린 것만 그득하다. 이다음 어머니 임종을 지키며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고 싶어서 지금은 나누어 드리고 싶다. 내게 주어진 시간, 따스한 말 한마디, 포근한 눈길, 마주 잡는 손 길 한번이라도 소중한 내 어머니께 돌려드리고 싶다. ‘밥 먹고 다녀라’ ‘운전조심해라’ ‘제발 아프지 말아라’ 손끝마다 안 아픈 곳 없으신 노모의 자식을 향한 걱정과 사랑에 비할 순 없겠지만 메아리 뿐인 그 사랑에 이제는 대답을 해야 한다.

오늘은 홀로 계신 어머니께 꼭 전화를 드려야겠다. 온 얼굴 주름, 꽃처럼 피우며 웃으실 어머니 뵈러 가겠다고….

▲ 독서· 논술 지도사 ▲ 평택 문협 회원

▲ 독서 논술 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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