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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화성’ 피해여성 위한 추모비 건립을

 

한없이 평화롭던 농촌마을에 근대화의 물결이 급격히 몰아치던 1986년, 부녀자들이 실종되면서 우리 마을의 비극은 시작됐다.

살인사건, 그것도 6년간 9건의 비슷한 수법의 살인 사건이라면 지역의 주민은 말할 것도 없고 세상의 주목을 받을만한 사건이었다.

당시를 회상하자면, 승용차가 거의 없던 시절,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는 버스정류장까지 먼 거리를 매일 여성가족을 마중 나가야만 했다. 직원들이 급히 떠나버린 공장들도 폐업위기에 처해 침체된 마을이 돼버렸다. 피해자들은 어린 중고등 학생인 우리의 여동생이었으며, 퇴근하는 남편이 비 맞을까봐 우산을 들고 마중 나가던 착한 아내였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우리의 어머니였으며, 가족의 안녕을 위해 새벽기도에 참석하던 우리의 할머니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흉흉한 소문 속에 피해자의 부모, 형제, 남편, 자식들이 슬픔에 빠져 침울하게 있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어떤 말로도 그들을 위로할 길이 없었고 오로지 범인이 잡혀 또 다른 피해자가 없기만을 바랐으나 끝내 사건은 미제로 남아 버렸다. 민망스럽게도 연극 <날 보러 와요>, 영화 <살인의 추억>, 실화극장 <죄와 벌> 등의 소재가 돼 고향 화성은 웃지못할 웃음거리가 되었다.

우리 화성은 조선시대 정조 임금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화산에 천봉하고 참배를 다닌 효성 지극한 역사의 고장이다. 세월이 흘러 수도권 교통의 발달과 아파트 건설 붐을 타고 2001년 21만 인구로 군에서 시로 승격됐고, 동탄 신도시의 건설로 인구가 유입돼 지난해 50만 인구에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성 실종이나 살인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일부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로 과거의 오명에 시달리고 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효원의 도시 화성이라는 이름을 치안 부재의 불안한 도시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동탄 신도시에 유입된 새로운 주민들도 지명이나 단체명에서 화성이란 글자 넣기를 꺼려하며 실제로 배제하고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아물지 않는 깊은 상처를 애써 치유하며 사는 피해자 가족과 이웃에 더 이상의 악몽과 고통을 줄 수는 없다. 피해자의 가족 친지 이웃이 지금도 우리와 같이 살고 있고 또 새로운 아이들이 우리 화성시에서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여성친화적 도시건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의 새로운 활기를 모색하고 있는 화성시를 위해 언론의 세심한 배려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때 늦은 감이 있지만 편안하게 눈을 감지 못한 피해 여성들의 영령과 그 가족들의 치유를 위해 추모비 건립을 제의해 본다. /김진미 화성시의원 (민·비례·행정자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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