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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라져가는 초등학교 운동회

예전 초등학교 운동회는 지역의 큰 축제였다. 운동회날이면 학부모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학교 인근 마을주민들로 성황을 이뤘다. 대개 운동회는 봄, 가을로 나뉘어 봄 운동회는 소운동회, 가을운동회는 대운동회로 불렸다. 봄 운동회는 학생들로만 체력을 겨루는 약식(?)으로 열렸지만 가을 운동회는 달랐다. 지역의 대동제나 다름없었다. 운동회 날짜도 추석 다음날로 잡는 등 명절 분위기를 이어갔다. 운동회 종목도 학생들 뿐 만 아니라 선생님과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고루 참가할 수 있도록 배려해 모두가 함께 신나는 축제의 장을 연출했다.

운동회가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 것은 1896년 5월 2일 한성 외국어학교가 동소문밖 삼선평(三仙坪, 현재 삼선교 부근)에서 개최한 ‘화류회(花柳會)’다. 오늘날과 같은 경기대회라기 보다는 일종의 야유회로 좁은 교실을 벗어나 경치 좋고 공기 맑은 교외에서 운동회를 겸해 심신수련과 호연지기를 배양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독립신문은 ‘영어학교 교사와 학도들이 이튿날 동소문밖으로 화류를 갔나니, 오래 학교속에서 공부하다가 좋은 일기에 경치 좋은데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운동을 하는 것은 진실로 마땅한 일이니 다만 마음과 지각만 배양하는 것도 매우 소중한 일이니 몸 배양하는데는 맑은 공기에 운동하는게 제일이요, 목욕을 자주 하야 몸을 정히 하는 것이 제일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를 계기로 운동회가 여러 학교로 번져나가 각급 학교운동회로 발전하는데 당시의 경기 종목으로는 달리기, 멀리뛰기, 높이뛰기, 이인삼각, 공던지기, 줄다리기 등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땐 이러한 운동회가 단순한 친목도모에서 나아가 교육 구국운동의 일환으로까지 번져나갔다.

이처럼 흥겹고 신나던 추억의 운동회가 점차 사라지거나 오전에만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경기 도내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오전에 운동회를 하고 평일과 같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은 뒤 귀가하거나 그나마도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들이 이같이 운동회를 단축하거나 또는 개최하지 않는 것은 운동장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좁은 학교 운동장에서 운동회를 하다 다치는 학생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하거나, 운동회보다는 다른 특기적성 관련 행사 등의 교육과정을 많이 편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운동회가 체육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고 단결력 강화와 체력 및 건강 증진 등 많은 상징성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각 학교에서 운동회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거나 소홀하게 펼쳐지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 체력 증진 차원에서라도 운동회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아무리 도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운동회 시행 지침을 내린다 해도 학교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학생들의 체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미풍양속 계승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프로그램의 운동회가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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