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국제항공전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져도 무섭기까지 한 하늘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줬다. 나도 한번 조종간을 잡고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데도 일조했다.
지난 5일 안산에서 개막된 ‘2011 경기국제항공전’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개막식이 끝나고 곡예비행이 진행됐다. 국내 최정예 특수 비행팀인 블랙이글스의 고난이도 편대비행 행렬이 하늘을 수놓았다.
이어서 미국의 미녀 조종사 멜리사의 스릴 넘치는 곡예비행은 탄성을 자아낸다.
이어 등장한 날렵한 모양의 경비행기가 활주로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하늘을 박차고 오른 비행기는 갖가지 묘기로 박수를 받는다. 동체를 108도 뒤집은 상태에서 활주로 위를 아슬아슬하게 날아오르거나 동체를 뒤틀린 상태에서 활주로 위를 날아 오르는 묘기는 거의 신기에 가깝다. 하늘로 치솟았다가 뒤뚱뒤뚱 추락하는 듯 땅으로 내동댕이 치는 묘기는 비행기 엔진음이 박수소리에 묻힐 정도다.
비행을 마친 조종사가 동체에서 나와 관중석으로 걸어가면서 연신 인사를 한다. 장내 아나운서가 그를 롤란다스 팍사스 전직 리투아니아 대통령이라고 소개하자 이번에는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그는 38년 이상의 비행경력을 가진 베테랑 조종사이다. 다수의 세계적인 곡예비행 경연대회에 참가해 우승컵을 거머쥔 실력 있는 곡예 비행사다.
이번 행사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에어쇼 팀(Global Airshow Team)’이 매일 멋진 편대비행을 선보이고 있다. 롤란다스 팍사스(Rolandas Paksas), 마크 제프리스(Mark Jefferies), 로버타스 노레이카(Rovertas Noreika), 안타나스 마쉬카티(Antanas Marciukaitis) 등 영국과 리투아니아의 개성파 파일럿이 뭉쳐 환상의 조합을 이루고 있다. 이 팀의 리더가 바로 롤란다스 팍사스다.
수십만 인파가 운집해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되지만 매끄럽지 못했던 개막식과 시내 진입로를 거리극축제로 차단한 것은 흠집으로 남는다. 곡예비행을 하다 추락하면서 기수를 관람객이 없는 활주로옆 빈 공터로 돌려 관중을 보호했던 에어로마스터 비행클럽 소속의 박문주(42) 교관의 기치에 넘치는 비행실력은 기억에 남을만 하다. /안병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