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은둔의 왕국’ 부탄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신호등이 없는 나라다.
수도인 팀부 중심가에는 수신호를 하는 경찰이 단 한 명 뿐이다. 국민이 보다 민주적인 사회에서 살기를 바란다며 2008년 스스로 왕정을 포기한 나라가 부탄이다. 국민의 행복지수를 최고의 선으로 꼽는 부탄에서의 삶은 이처럼 외부의 속도와는 무관하게 흘러간다. 경북 영양군에는 딱 한 개의 신호등이 있다. 영양군과 인구가 비슷한 전북 무주군엔 신호등이 자그만치 73개, 강원 양구군에도 신호등이 8개가 있다. 신호등이 한 개 뿐이어도 서로 양보운전하면서 접촉사고도 거의 없어 설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신호등도 영양읍내가 아닌 안동으로 가는 37번 도로상에 설치돼 있는데다 하나뿐인 이 신호등도 지금은 점멸등으로 바뀐 상태다.
세계 최초의 신호등은 1868년 영국 런던의 수동식 가스 신호등이다. 그 후 50여년이 지난 1914년 미국 디트로이트에 최초의 전기신호등이 설치됐는데 정지를 나타내는 적색등 하나만 있는 수동식 신호등이었다. 그리고 4년 후인 1918년 미국 뉴욕에 전기식 3색 신호등이 처음 설치됐다. 2층 유리탑 속에 설치된 이 신호등은 경찰관이 유리탑 속에서 교통량을 지켜보다가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었다. 3색 자동신호등이 등장한 것은 1928년 영국 햄프턴이다.
우리나라에 교통신호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40년이다. 서울 종로 사거리 화신백화점 앞, 을지로 입구, 조선은행 앞에 설치된 이 신호기는 기둥에서 3색 날개가 번갈아 튀어나오는 날개식 신호기였다. 교통경관이 손으로 조작한 이 신호기는 속에 전등이 없어서 밤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해방 후 들어온 미국식 3색 신호등이 4색으로 바뀐 건 1980년대 초다. 신군부가 녹색 신호에서 좌회전하면 사고위험이 크다며 좌회전용 녹색 화살표를 따로 만들면서다. 그러나 직진보다 좌회전을 우선시해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나오자 30여년만인 지난해 1월 ‘직진 후 좌회전’이 도입됐다.
최근 경찰청이 교통체계를 바꾼지 1년여만에 다시 지금의 4색 신호등을 3색 신호등으로 교체한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한술 더 떠 서울시는 보행자 신호등의 사람모습이 남자라 성차별이라며 남녀평등 신호등을 제안했다가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신호등 교체로 인한 막대한 예산도 문제지만 충분한 여론수렴 없이 신호등만 탓하는 경찰청과 서울시의 전시행정부터 바로잡는 것이 순서일 것만 같다. /이해덕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