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일본강진은 원전의 방사능까지 누출시키면서 막대한 재산과 인명 피해를 가져왔다. 지금도 복구를 위해서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파괴된 원전시설의 방사능 누출은 그치지 않아 일본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한국을 이번 원전피해의 영향을 받은 나라로서 ‘방문주의국’으로 계도할 정도이니 말이다. 왜 전 세계인들이 이처럼 원전과 방사능 누출에 많은 걱정을 할까? 지난 1986년 소련(현재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폭발 사고의 피해가 얼마나 위력적이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고는 원자력발전소 원자로가 폭발하며 방사능이 누출돼 무려 1민여 명이 사망하고 70만 명 이상이 각종 암과 기형아 출산 등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상 초유의 대재앙이었다. 당시 소련 정부는 이 사고를 끝까지 은폐할 계획이었으나, 기상변화로 누출된 방사능이 유럽과 전 세계로 퍼지면서, 사고가 터진 후 수일이 지나서야 인정하고 말았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사고 지역 주변에 많은 피해를 주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25년이 지난 지금, 체르노빌은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 도시가 됐고, 참혹한 사고 때의 모습 그대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든 것이 정지돼 있다. 다른 지역과 방사능 수치가 같으려면 앞으로 백년이 걸릴지, 이백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한다.
원전 사고는 이것만은 아니다. 1979년 3월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스리마일 아일랜드에 위치한 가압 경수로형 원전 2호기의 핵연료가 누출되면서 인근 주민 20여만명이 대피했고, 이후 이 지역 주민 1천명 중 10여명 이상이 암에 걸리는 높은 발병률을 기록했다. 이 사고로 ‘원전 증설 반대운동’이 확산되어 미국 원자력산업도 큰 영향을 받았다. 일본에서도 과거 수 건의 원전사고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1999년 10월 일본 이바리키현 도카이무라 방사능 유출사고다. 핵연료 재처리 회사에서 유출된 방사능으로 인해 기술자 2명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와 비슷한 방사선량에 노출돼 숨졌고, 이 회사 종업원과 주민 소방대원 등 439명이 방사능에 피폭됐다. 또한 반경 10km 이내의 5개시 주민 31만 명이 외출 금지와 같은 피난 명령을 받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가? 우리 나라는 원전산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집중 육성, 원전 메카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고, 해외에도 플랜트 수출을 했다. 전 세계 많은 국가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원전산업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음에도 원전산업의 경제성에만 초점을 맞춰 정부입장을 강변하는 것은 ‘설마 우리에게!’라는 안일한 이중적 태도에서 비롯된 안전 불감증은 아닌지 걱정이다. 지금이라도 일본의 원전폭발을 교훈삼아 최악의 방사능 재앙에 대비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일본의 대지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13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 실정은 어디까지 와있는가? 재난재해기금과 관련해 모금 방법부터 운영 방안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체계적이지 못한 것을 여러 채널을 통해 알 수 있다. 지금이라도 재난재해기금과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뜻밖의 사태에도 신속하고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위기대응 체제를 갖춰야 한다.
특히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1위 국가 대한민국’은 육로 피난길마저 막혀 있는 현실을 직시해 보다 근본적인 성찰과 새로운 대체에너지를 마련하는데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원전의 편의성도 보았지만, 원치 않는 사고로 무시무시한 피해가 발생하는 세계 나라들도 지켜봤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정확한 내용과 정보를 알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은 국가에 있다. 지금이라도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방안을 마련할 시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해야 할 것이다. /이기우 민주당 수원권선위원장·前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