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고등학교 3년간 지도해주신 분은 김규성 선생님이시다.
3년 연속으로 담임했던 김 선생님은 사범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시고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셨는데, 특히 고전문학 부분에서는 뛰어나셨던 것 같다.
당시 서양의 문학세계에서만 보고 들어왔던 고대의 시문학이 우리에게도 ‘가사문학’이라는 형태로 일찍이 있어 왔음을 알게 해주셨던 분이다.
고전문학은 선생님의 국어2 ‘고전문학’시간에 배우게 됐는데 과목이 너무 어려워 우리는 ‘고문’이라고 불렀다.
그 시절에도 진학중심의 수업이 주류였음에도 김 선생님은 우리의 ‘고전’을 학생들에게 알려주시기 위해 미리 작품집을 준비해 수업시간에 우리에게 좋은 작품을 소개해 주셨다. 늘 끝나는 종이 울리는 줄도 모르고 수업을 계속 하시곤 했다.
신라의 향가인 ‘처용가’ ‘서동요’를 비록해 교과서에도 실리지 않은 작자 연대 미상의 많은 ‘가사문학’을 우리에게 낭송하시고 때론 교단에서 내려와 눈을 지그시 감고 학생들의 책상 사이를 걸으며 감상에 젖어 암송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유난히 고전문학이 좋아 열심히 했고 시험 때는 거의 만점을 받았던 나는 친구들로부터 ‘고문박사’라는 이상한 별명을 듣게 됬??
남자이면서도 유난히 얼굴과 살결이 희고, 여성적인 이미지가 있어 사소한 일에도 학생들 앞에서 얼굴이 붉어지시곤 하던 그분을 학생들은 모두 좋아했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선생님과 웃지 못할 에피소드 하나를 가지고 있다.
한 번은 내가 화장실 청소를 하게 됐는데 모두가 하교한 토요일 오후, 빨리 청소를 끝내고 집에 갈 생각에 교사 뒤편에 있는 목조 ‘퍼세식’ 화장실로 물통을 들고 뛰어 들어가 무심코 화장실 문을 확 여는 순간, 아! 그 화장실 안에 김 선생님이 앉아계시는 것이 아닌가, 나도 놀라고 선생님도 놀라고...
얼른 문을 닫고 도망치듯 화장실을 뛰쳐나왔는데, 그때만 해도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된다는 정서가 가득할 때였다.
그날 이후 나는 선생님의 시선을 피하느라 전전긍긍 했지만, 그 사건은 나와 선생님만이 알고 있는 일이 됐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생님을 생각하면 유난히 그 일이 떠오르곤 한다.
선생님은 그후 고향인 충청도 지역의 어느 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교단을 물러나셨겠지만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해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다.
김규성 선생님! 나에게 고전문학을 알게 해주시고, ‘고문박사’라는 별명을 얻게 해주신 선생님의 모습이 5월이 되면 유난히 내 가슴 가득히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