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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아름다운 조화

 

6월의 산은 바다처럼 푸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초록 빛깔이었던 산을 여름은 잠깐 동안에 푸른 숲으로 만들었다. 이른 봄 눈부신 꽃을 피우던 산 벚나무와 다람쥐가 뛰어 놀던 갈참나무가 하늘 높이 가지를 벋었다.

하늘을 찌를 듯이 곧게 자란 소나무와 잣나무 사이로 단풍나무와 싸리나무가 고개를 내밀고 우거진 잡목들과 바위틈에서 자라는 억새풀도 푸른 산을 만드는데 한몫을 하고 있었다.

나무는 산을 참 아름답게 꾸민다. 봄이 오면 나무들은 강한 생명력으로 싹이 돋고 꽃을 피우며 여름에는 푸른 숲을 만든다.

가을에는 고운 단풍으로 새 옷을 갈아입고, 겨울에는 다시 하얀 옷으로 갈아입는다.

나무들은 얼핏 보아 아무렇게나 자라는 것 같으나 자연의 질서 속에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산다. 들에 핀 들꽃 역시 마찬가지다. 들꽃은 누가 물을 주거나 가꾸지 않아도 햇빛과 공기와 비를 맞으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들꽃들은 서로 모여 산다. 산자락을 따라 오르는 길가에는 들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가장 먼저 새봄맞이를 하던 냉이는 노란 꽃을 피웠고 연보라 빛 제비꽃이 진자리에는 토끼풀이 주저앉아 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둥근 방석처럼 퍼진 질경이도 꽃대를 세우고 자잘한 흰 꽃을 피웠다. 노란 꽃 민들레는 하얀 씨앗을 바람에 잠든 땅으로 날려 보내며 노랗게 핀 씀바귀 꽃의 애틋한 마음을 달래 주고 있었다. 땅바닥을 기어 다니며 하얀 꽃을 피우는 뺌 딸기도 겨드랑이에서 긴 줄기를 내밀고 꽃을 피웠다. 무성한 가지 끝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망초 꽃은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

들꽃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그들만의 꽃을 피우며 살아간다. 냉이는 냉이 꽃을 민들레는 민들레꽃을 씀바귀는 씀바귀 꽃을 피우고 망초는 망초 꽃만 피우며 산다. 들꽃들은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

질경이는 길가 굳은 땅에 뿌리를 박고 토끼풀은 가장자리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민들레와 씀바귀는 양지바른 곳에서 꽃을 피우고 키가 큰 망초는 널리 퍼져 있으면서 잡초가 무성한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는 뱀 딸기 꽃을 감싸 주고 있었다.

활짝 핀 들꽃들이 한자리에 모여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그들은 마치 모두들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사랑을 노래하는 것과도 같았다.

세상이 푸르러 가는 초여름이다. 푸른 산의 나무도 들에 핀 들꽃도 함께 모여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오늘 나는 먼 산을 바라보며 나의 삶속에서 지금까지 실천하지 못했던 서로 사랑하고 섬김의 자세를 자연 속에서 배워 본다.

고중일 수필가

▲강원도 철원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수필로 등단 ▲문학시대 동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성남문협 이사 ▲경기도신인문학상, 성남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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