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여당으로서는 거거고산(去去高山)이다. 지난 8일 검찰 조사에서 돈봉투 제공자로 박희태 국회의장을 지목한 뒤 여당은 그야말로 패닉상태다. 이어 고 의원은 9일 ‘전대 돈봉투’ 사건과 관련 “내가 보고받은 바로는 (한 남성이 쇼핑백에 넣어) 노란색 봉투 하나만 들고 온 것이 아니라 쇼핑백 속에서는 같은 노란색 봉투가 잔뜩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본보 10일자 1면 보도) 당연히 검찰은 박희태 국회의장을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18일 귀국하는 대로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전에 귀국해 국회의장직을 사퇴하고 수사에 협조할 수도 있겠다.
현직 의장이 검찰에 소환된 전례는 없다. 한보그룹 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김수한 전 의장이 현직에 있을 때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소환 조사는 면했다. 그러나 박 의장은 극도로 악화된 국민 여론으로 보아 소환 조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2010년 전당대회, 2008년 총선 비례대표 공천 때의 금전선거 의혹에 관한 부분도 전면 수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여 정치권에 더욱 큰 파장이 일 전망이다. 특히 이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가 국민들의 관심사항이니만큼 한점의 의혹도 없이 수사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도 “검찰이 모든 부분을 성역 없이 수사 해 달라”고 촉구했지 않는가. 예전에도 여야 할 것 없이 선거 때엔 돈봉투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나라 국민들이 왜 이 시점에서 더욱 여당과 청와대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집권세력의 실정 때문이다. 국민들과의 소통이 없었다. 권력이라는 게 천년만년 갈 줄 알았는지 고집불통이었다. 경제를 살린다면서 더욱 악화시켰다. 가진 자들의 편을 들었다. 종교 간의 갈등과 분란도 일으켰다. 서민들 입장에서는 잘한 것이 없는 정권이다.
특히 요즘 서민 체감물가는 살인적이다. 본보 10일자 현장르포를 보면 서민과 시장상인들의 어려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에 장보기가 겁난다는 주부들, 가격이 오른 만큼 사가는 사람은 줄어드니 수입이 점점 줄어든다며 한숨을 쉬는 상인들. 물가안정을 위해 외국 농수산물을 수입하겠다는 앵무새 같은 정부의 대책 앞에 국민의 분노와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는다. 잘들 해야 한다. 듣는 귀가 있으면 총선과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벼르는 소리들이 온 나라 안에 가득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