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답사하는 사람들에게 진리와 같은 말이 있다. 바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귀중한 문화유산일지라도 그냥 건성으로 스쳐 지나치면 단순히 오래된 건물이나 흔한 조형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단순한 조형물이나 돌 하나, 기와 한 조각에서도 역사와 문화, 예술을 읽어 낼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전문 해설가의 도움을 받아 관람하는 것이 좋다. 이보다 더 좋은 일은 그 문화재를 체험하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흘러간 역사의 자취였던 문화재는 무생물에서 숨쉬는 생명체로 다시 살아난다.
경주의 신라 유적지에서 열리는 달빛 기행 같은 프로그램이나 유명 고찰에서의 템플스테이, 낙안읍성이나 하회마을에서의 민박체험 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시대와의 교감을 가능케 해준다. 수원에서도 관광객이 체험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오는 25일 오후 1시 화성행궁에서 열리는 ‘화성행궁 살설한마당’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겨우내 준비했던 각종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시작되는 것이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상설문화관광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미 관광객들에게 소문이 나 있다.
몇 년 전부터 실시돼 오고 있어 주말에 수원을 찾는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조선시대 최정예군사들이 익혔던 호국무예인 무예24기 공연을 비롯해 장용영 수위의식, 정조대왕 어가행렬, 각종 민속·예술공연과 행궁 내에서의 왕, 왕비체험, 궁중상화만들기, 장용여 갑주체험, 민속놀이 등이 국내외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어왔다. 특히 올해 개막행사인 어가행렬에는 임금의 안전을 미리 살피는 ‘척후재연’ 행사를 새롭게 마련했고, 200여명이 단체로 참여하는 아리랑 플래시 몹이 펼쳐지는 등 불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단다.
뿐만 아니라 행궁동 레지던시 4기 작가들이 참여하는 입주 작가전과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행궁 공방길 작가들이 제작한 창작공예품 전시판매도 이루어진다니 한층 더 풍성한 느낌이다. 수원시가 화성행궁 상설한마당을 여는 이유는 정조실록의 ‘호호부실(戶戶富實)’과도 연관이 된다. 관광객들이 단순히 스쳐지나가는 코스가 아니라 체험을 통해 수원 화성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한시라도 더 오래 머물러 돈을 쓸 수 있도록 발길을 잡아두기 위한 것일 게다. 아무튼 이날부터 연중행사로 열리는 화성행궁 상설한마당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정착돼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