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은 나물 캐는 아낙들의 재잘거림에서 비롯된다. 늦겨울과 초봄, 갈색 땅빛 보호색으로 몸을 감춘 냉이는 푸릇푸릇 싹이 돋을 즈음에야 초록 빛깔로 새 단장을 하기 시작한다.
이때쯤 동네 아낙들은 기지개를 켜고 나물캐기로 봄을 맞이한다. 철 늦은 겨울바람이 그리도 매서웠던지 땅에 바짝 붙어 있는 냉이를 아낙들은 어찌도 잘 찾아내는지….
냉이는 뿌리째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살짝 데친 냉이를 깨소금과 참기름을 조금 넣은 된장에 무쳐내면 봄 향기 그윽한 먹을거리였다. 또한 된장을 풀어 냉잇국을 끓여도 손색없는 우리의 전통 봄국이었다.
음식에도 궁합이 맞아야 한다는데 냉이와 된장은 대표적으로 음식궁합이 잘 맞는다. 우리 조상들은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는 없지만 높은 혜안으로 냉이와 된장을 애용해 온 것 같다.
겨우내 신선한 야채를 먹지 못한 사람들은 이른 봄 냉이로 비타민 A,B1,C, 칼슘, 철분, 인 등을 보충할 수 있었다. 냉이에 함유된 베타카로틴은 지용성이라 살짝 데쳐야 흡수율이 높아진다. 그렇지만 너무 오래 데치면 비타민 C가 파괴된다. 냉이국은 오래 끓인다 할지라도 철분과 칼슘을 섭취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된장은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항암작용을 하는 몸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타민이 없으니 냉이와 곁들인다면 상호 보완식품으로 궁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한방에서는 냉이를 제채(薺菜)라고 부르며, 동의보감에서는 “냉이로 국을 끓여 먹으면 간으로 흐르는 피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어 눈을 맑게 해 준다”라고 기록돼 있다. 한방에서는 눈이 간장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간이 튼튼하면 눈이 맑아진다고 말한다. 실제로 냉이 뿌리에 있는 콜린 성분은 간의 지방을 제거해 주기 때문에 간을 좋아지게 하고 숙취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이른 봄 논두렁과 밭두렁을 살피며 냉이, 쑥, 민들레 등을 캐던 아낙들은 모두 요리사이자 한의사였다. 나른한 심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춘곤증에 젖어 있던 사람들은 우리의 어머니들이 뜯어온 냉이나물로 춘곤증과 만성피로를 극복하곤 했으니 말이다.
춘곤증에 특효인 냉이는 유럽 지중해 주변이 원산지였지만 아득한 옛날 농경지를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로 서식지를 넓혀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진종구 DMZ 생태환경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