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그렇게 해롭고 폐해가크다면 생산을 금지하거나 유통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서 흡연자만
범죄자 취급 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 혹은 만만한 상대를 골라 마녀사냥을 하는사회 폭력으로 비칠 수 있다.
요즘은 담배 피는 것이 끊기보다도 몇 배 더 힘든 시절이다. 내돈 내고 내가 피는데 누가 뭐라고 하느냐는 식의 고집을 부렸다가는 돈들여 험한꼴 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아무데서나 피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호되게 내야 한다. 담배가 피는 사람의 건강을 해친다는 소박한 수준의 경고를 넘어 흉악한 사회적 범죄 취급을 하는 단계다.
담배 끊은 사람과는 함부로 상대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담배 끊는 일을 어렵게 여기던 때도 있었다. 흡연자 중에는 금연결심을 수십, 수백번 하고도 여전히 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연학교도 있고, 담배끊게 하는 약도 나왔지만 여전히 끊었다가 피기를 반복하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연기만 내는 대체상품이 비싼 값에도 팔려나간다. 담배가 건강에 좋지않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세상에 어떤 것이 모두 안전하고 좋기만 한 것이 있나?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은 연간 5천229명(2011년), 부상자는 1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사고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은 연간 13조원 규모에 이른다고 할 정도로 그 폐해는 대단하다. 그렇다고 자동차를 흉기취급하거나 운전을 범죄행위로 규제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 담배가 들어온 것은 조선조 광해군 시절, 일본을 통해서다. 초기의 담배는 잎을 말려 담뱃대에 재워 태우는 식이었다. ‘담배찬가’라고 할 ‘담바고타령’에는 ‘소상 반죽 열두마디, 수복을 새겨서 맞춰놓고, 청동화로 백탄불을 이글이글 피워놓고, 담바귀 한 대먹고나니 목구멍 속에 실한내 돈다. 또 한 대를 먹고나니 청룡황룡이 꿈틀어졌다’는 대목이 나온다. 열두마디 짜리 얼룩무늬 대나무 담뱃대에 담배를 재워 청동화로 숯불에 불을 붙여 한모금 들이키니 입안에 좋은 냄새가 돌고 또 한모금 들이키니 청룡, 황룡이 노는 듯 하구나라며 몽롱한 취기를 자랑한다. 건강에 좋은지 나쁜지를 가리기 전에 가슴을 타고 흐르는 아릿한 자극에 빠져드는 모습을 그려낸다. 잎담배가 오늘날의 담배처럼 가치담배(권련)로 바뀐 것은 근대문물이 들어오던 19세기 말엽. 일본 담배 회사들이 인천에 생산공장을 두고 영업 경쟁을 하던 중에 영미연초회사(British American Tobacco Company)라는 외국회사가 등장하면서 판도를 바꾼다. 중국 상해에 본사를 두고 있던 이 회사는 1904년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판촉을 위해 빈 담배갑을 가져오면 종류에 따라 영화표 한 장씩을 바꿔줬다. 권련 담배를 피는 것이 새로운 멋처럼 통하는데다 다 피운 담배갑을 가져가면 영화표까지 생긴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공짜 영화표를 받아주는 곳은 한미전기회사가 운영하던 동대문활동사진소라는 영화상영장이었다. 담배와 영화가 서로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2007년 1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폐암환자와 가족 등 31명이 담배제조회사와 국가를 상대로 3억7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흡연 때문에 폐암에 걸렸으니 담배를 생산한 회사와 폐해를 알고도 판매를 방치한 국가가 책임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청구 소송을 냈지만 결국 졌다. 흡연과 폐암이 관련이 있다는 개연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개별 환자들이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담배가 폐암을 일으키는 원인들 중의 하나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폐암환자들의 발병이 반드시 담배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담배가 심각한 사회악이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지만, 재판결과가 바뀌지는 않았다.
담배가 그렇게 해롭고 폐해가 크다면 생산을 금지하거나 유통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마땅하다. 생산과 판매는 막지 않으면서 피는 사람만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이거나 만만한 상대를 골라 마녀사냥을 하는 사회적 폭력으로 비칠 수 있다. 담배를 계속 피거나 끊는 것 정도의 결정은 소비자 스스로 하도록 맡겨야 한다. 담배피는 것이 싫다거나 국민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면 부작용을 알리는 캠페인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담배와의 전쟁은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라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