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4일 중국의 주식시장이 폐장되자 중국인들은 ‘우연한 숫자’에 경악했다. 1989년 민주화를 외치다 수천명이 숨져간 텐안먼(天安門)사건이 발생한 지 23주년이 되는 날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이날 상하이 주식시장은 2346.98포인트로 시작해 64.89포인트가 하락한 채 마감됐다. 여기서 ‘2346.98’이라는 숫자중 23은 텐안문사건 23주년을 의미하고, 46.89를 거꾸로 읽으면 ‘89년 6월 4일이 된다는게 호사가들의 풀이였다. 뿐만 아니라 하락폭인 64.89 역시 ‘6월 4일 89년’으로 읽힌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따라서 일부는 텐안문사건을 기념하려는 일부 세력의 주가조작혐의를 거론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력을 상징하는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수백개 주식의 시가총액을 합산한 후 1990년 12월 19일을 기점으로 한 지수 100과 대비해 산정되기에 조작가능성을 거의 없다. 결국 기념일에 터진 우연이 가져온 결과로 여겨진다는게 중국 당국이나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최근 스위스 연구진의 연구결과는 ‘시집가는 날 등창나는’ 우연이 그저 우연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어 눈길을 붙잡는다. 장기간의 투병환자와 노인들중 지난 40년간 사망한 240만명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 이들은 ‘생일(生日)’에 사망할 확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태어난 날, 죽을 확률은 평소보다 13.8% 높았으며 심장마비 등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확률은 18.6%, 뇌졸중 발생확률도 21.5%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생일에는 평소보다 자살확률이 무려 34.9%나 치솟았고 급사확률 역시 28.5%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 그저 웃어넘길 일은 아니다.
연구진들은 생일의 높은 사망확률을 중병을 앓는 환자나 노쇠한 노인들이 생일을 버텨야 하는 이정표로 여기고 생명을 이어간다는 지연이론(Postponement Theory)으로 설명한다. 또 다른 학자들은 생일 우울증으로 불리는 심리적 갈등과 스트레스 등이 중병을 앓거나 노쇠한 노인들을 죽음으로 내몬다는 기념일이론(Aniversary Theory)을 내세운다. 어떤 이론이든 생일에 사망하는 환자와 노인들이 많다는 통계를 명쾌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4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240만명이라는 대규모 사례를 추적한 통계치를 무시하는 것은 숫자에 목매는 현대인의 태도도 아닐 듯 싶다.
여기서 떠오르는 것은 평상심(平常心)유지가 건강의 비결이라는 선인들의 말씀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