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요즘 진퇴양란이다. 야권에서 연이어 대선 후보들이 출마선언을 하면서 대통령 선거 분위기를 선점해가는 것과는 반대로 새누리당은 비박 3인방이 경선룰에 반기를 들고 예비후보 등록을 거부하고 있어 초반부터 불길한 예감이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새누리당 당원의 개인정보가 들어 있는 당원 명부가 불법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사면초가 형국이다.
당 사무처의 국장급 간부인 이모(43) 수석전문위원이 200만여명의 당원명부를 문자메시지 발송업체에 400만원을 받고 팔아 넘긴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당원 명부는 당원 개개인의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주소 등 신상정보를 담고 있어 각 정당은 대외비로 분류해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당내 경선은 물론 총선과 대선 등 각급 공직 선거에 악용될 소지가 높아 자칫 불공정 시비와 불법ㆍ부정 선거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수사를 하고 있는 수원지검은 수원지법에 의해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당원 명부가 다른 업체나 새누리당 총선 예비후보자 또는 야당으로 넘어갔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이씨가 지역 민영방송 재허가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며 투자회사 대표 강모(40)씨로부터 돈을 받고 로비를 벌인 혐의(알선수재)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러한 문제의 인물이 어떻게 당의 요직을 맡아 총선을 치렀고 또 앞으로 있을 대선을 준비했을 것으로 생각하면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새누리당은 자체 진상조사와 내부감찰에 착수했지만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둔 시점에 ‘악재’가 터져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비박(非朴.비박근혜)계 대선주자들이 ‘공정경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바가 없지는 않지만 객관성과 공정성을 크게 저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원 명부 유출 사건이 공교롭게도 친박과 비박계 주자들의 대선 경선롤 논의가 시작된 것과 맞물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찬반 공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당원 명부 유출 파문이 정치권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보인다. ‘참여민주주의’의 확대못지 않게 ‘절차적 민주주의’ 실천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한다. 정치불신은 정당정치의 쇠퇴로 이어지고 결국 의회정치의 몰락을 가져와 궁극적으로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게 되는 악순환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