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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일터에서 만난 잊지 못할 사람

 

오랫동안 근무를 하던 직장을 갑자기 그만 둔 적이 있다. 퇴직을 할 당시에는 얼마든지 일할 곳을 골라 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막상 다른 곳에 입사를 하려고 했지만 사회는 나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중에 가장 큰 걸림돌은 나이도 한몫을 했다.

시간이 갈수록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를 압박했다. 여러 곳에 서류를 내고 연락오기만을 기다렸다. 며칠이 지나서 전화가 왔다. 내가 바라던 업무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었으나 나로서는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처음 해 보는 일이라 힘이 들었지만 인내하며 열심히 근무를 했다. 그곳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인간관계였다. 몇 명 안 되는 사람들끼리 자기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며 남의 의견은 조금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서로 힘을 합하면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작은 실수 하나에 큰소리를 내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직장은 삶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땀 흘려 일하는 터전으로만 생각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은 그 구성원끼리 서로 돕고 협동해야 하는 줄만 알았다. 이 세상에는 완벽하거나 온전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재능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어느 한 구석은 반드시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누군가 채워줄 때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이 시대는 사회가 불안해지면서 한사람이 두 세 개의 직업을 갖는 시대가 됐다. 정년이란 단어 대신 짧아진 정년을 사오정과 오륙도로 칭하면서 평생직장의 의미가 퇴색해 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 직장 내 동료의식도 이렇게 변한 것일까? 그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 날 몸이 건장한 사람이 한명 들어왔다. 그는 나보다도 나이가 많아 나는 그를 형이라고 불렀다. 평소에 말이 별로 없었으나 유머도 있고 마음이 넓어 금방 친해졌다. 그는 힘이 삼손이라 내가 하지 못하는 일까지 도맡아 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 할지라도 그와 함께 있으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그의 마음에는 담도 벽도 없었다. 언제나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격려와 용기를 줬다. 그 직장이 지방으로 이전해 나는 그와 헤어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그와 같이 내 마음속 깊이 남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이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잘해야 하고 함께 있을 때는 더 잘해야 한다. 행동 하나하나에 남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을까 조심해야 한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는 삶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남에게 말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말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태양이 모든 생물을 살게 하듯이 말도 생명을 살리는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오늘 그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은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 때가 그립다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작은 공동체 안에서 사랑을 베풀던 그를 생각하며 늘 남을 먼저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훗날에 부메랑이 돼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 본다.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졸업 ▲문학시대 동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성남문인협회 이사 ▲경기도신인문학상, 성남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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