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울 장소에 들어가기 위해 돈을 내야 하는 세상이다. 외신에 따르면 오는 7월 일본 도쿄의 중심가에 담배 한 모금이라는 뜻을 가진 ‘잇푸쿠’가 선보인다고 한다. ‘잇푸쿠’는 일종의 유료흡연소로 1회 이용료가 50엔이라고 하니 우리 돈으로 730원 정도를 내야 출입할 수 있다. 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 공공장소와 거리를 금연장소로 지정하고 위반시 벌금을 부과하는 정책과 궤를 함께 한다. 갈수록 흡연이 가능한 장소가 줄어들자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것과 같이 애연가들이 유료흡연소를 찾을 거라는 계산이다.
사실 공항 로비에 설치된 흡연실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담배를 빨아대는 모습이 애처롭다. 또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해 아파트 베란다로 추방당한 흡연자들의 모습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눈을 피해 건물 옥상이나 복도, 비상계단 등으로 몰린 흡연자들이 궁색해 보인다. 담배는 기원전 5천년 경부터 제사를 지내던 성직자들이 피웠고 9세기에는 중남미 마야인이나 아즈텍인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고 하니 역사가 유구하다. 고대 그리스의 신전에서 신의 목소리를 간절히 간구했던 신녀들은 담배의 일종인 대마초를 피운 후 환각에 빠졌다는 기록도 있다. 유럽에는 1560년 ‘장 니코’라는 프랑스인이 본격으로 담배를 보급했는데 그 이름에서 ‘니코틴’이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조선 광해군 때 들어와 어전회의시 대신들이 피우는 담배연기가 자욱했다고 전하니 벌써 400년을 훌쩍 넘겼다.
알려진 대로 담배는 4천여 가지의 유해성분과 60여가지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또 현대의학이 발전할수록 ‘흡연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사실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흡연은 심혈관질환과 폐질환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폐암, 식도암, 위암, 간암, 구강암, 후두암, 췌장암, 자궁경부암 등의 원인을 제공한다. 특히 흡연은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간접흡연을 하는 가족, 무엇보다 어린이나 청소년에 극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우리사회는 그동안 흡연에 관대했다. 술자리나 회의, 혹은 회식장소에서 흡연은 공공연히 이뤄졌고 얼굴을 모르는 사이에도 담배 한 대를 빌리는 ‘담배 인심’이 후했다. 또 정신노동자나 육체노동자를 가리지 않고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흡연을 한다는 잘못된 통념이 존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흡연효과는 일시적일뿐 오히려 흡연중독으로 인한 강박관념이 스트레스를 더욱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흡연이 점차 자리를 잃어가는 가운데 독버섯처럼 파생될 2차 담배산업을 막는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