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아동학대예방의 날인 11월 19일을 우리나라에서도 아동복지법 조항 속에 넣고 ‘아동학대예방의 날’로 정했다. 21년 전 UN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한 뒤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아이들 최우선의 원칙에 관심을 갖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아이들에게 시행했던 권리사업들에 대한 4차 국가보고서를 제출하였고, 급기야 올해는 우리도 ‘아동학대예방의 날’을 갖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대사례는 날마다 일어나고 있고, 아이들은 고통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우리 부모들은 훈육과 학대 사이에서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도대체 훈육과 학대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자.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다른 사람 앞에서 의젓하고 칭찬받는 아이이기를 원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행동과 말에 잔소리하고 지적을 한다. 처음에는 아이의 문제행동에 대해 잔소리를 하거나 말로 설명한다. 이것은 분명히 훈육이다. 왜냐면 나의 아이이고 다른 애보다 더 잘 한다고 칭찬받았으면 하는 그런 바람을 가지고 부모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훈육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아이의 문제행동보다는 부모 자신이 갖고 있는 과거 문제 상황들과 감정을 섞어 아이를 비난하고 비교하고 협박하기 시작한다. 즉, 부모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사정없이 지적하고 협박하고 비난하고 비교한다.
“네 아버지 닮아서 너도 하는 짓이 그 모양이니.” “내가 다 알고 있었다. 네가 하는 짓이 그렇지 뭐.” “그렇게 해서 커서 뭐가 되려고 그 모양이니.” “네 동생만도 못한 놈아.” “내가 너한테 안 해준 게 뭐 있다고 이 모양이니.” “나가라, 더 이상 키우고 싶지 않다.” 이렇듯 인신공격과 비난의 비수를 날린다.
많은 사람들은 아이가 상처를 입고, 골절 되고, 멍이 남으면 심각한 신체학대로 알고 있다. 아이가 이 정도로 상처가 있으면 격리도 고려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간과하고 있는 ‘언어폭력’, 이것이 사실 더 심각하다. 아이에게 맹렬히 퍼붓는 지적, 인격 모독이 섞인 비난의 단어들, 이것은 깊숙이 아이의 가슴에 꽂힌다.
그러나 부모는 모른다. 단지 화가 나면 해서는 안 될 말도 통제하지 않고 함부로 내뱉을 뿐이다. 왜냐면 나는 부모이고 아이는 내 소유물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 등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표현할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그 누구도 아이의 심리적 상처를 어루만져 주거나 상처 치유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이 쓸모없는 아이라고 여긴다. 아이의 마음속에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친구 사이에서 아무 일도 아닌 것에 발끈 화를 낸다. 자신은 아무도 예뻐해 주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런 왜곡된 사고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자신감이 없고 모든 일에서 무기력해진다.
이번 ‘아동학대예방의 날’을 계기로 이제는 때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이 마음에 상처 주는 잔소리를 삼가라고 요청하고 싶다. 특히나 부모 자신이 가진 분노를 만만한 아이에게 투사하지 마시라고 제안하고 싶다. 왜냐면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일 뿐 아니라 그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