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는 우리 민족과 삶을 같이해 온 귀중한 식량이다. 인류가 보리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7천~1만 년쯤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는 약 3천 년 전에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어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보리에 함유되어 있는 우수한 영양성분뿐만 아니라 건강 기능성물질의 다이어트용 균형식과 체질개선 등에 대한 다양한 효과가 알려지면서 건강 기능성 원료작물로서도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보리를 이용하여 가정에서 손쉽게 길러 먹을 수 있는 친환경 웰빙식품이 있다. 씨앗에서 싹을 틔워 먹는 새싹보리가 바로 그것이다. 하루 1~2분의 시간 투자로 완전무공해 건강기능성 식품을 먹을 수 있다. 잡초를 제거하지 않아도 되고, 해충이나 벌레 걱정도 전혀 할 필요가 없다. 새싹보리는 싹을 틔운 후 15cm 정도 자란 어린 식물체를 말하며, 보리를 하루 정도 물에 불린 후 물기를 빼고 적당한 크기의 플라스틱 바구니나 스티로폼에 신문지나 종이를 깔고 보리를 파종한다. 싹이 날 때까지 종이로 덮어 두었다가 싹이 트면 종이를 제거하고 7~10일 후 15cm 정도가 되면 잘라 녹즙이나 된장국 등에 넣어 먹으면 된다. 새싹은 싹이 틔기 시작하는 생육 초기 단계에서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아미노산 등과 다양한 기능성물질을 왕성하게 생합성함으로써 다 자란 채소보다 3~4배 정도 더 많이 기능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새싹보리에 함유된 성분들을 분석해본 결과, 노화방지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잘 알려진 항산화 효소인 슈퍼옥사이드 디스뮤타제(superoxide dismutase)가 일반 새싹채소보다 6배, 비타민C는 레몬주스의 2.3배, 골다공증 예방 효과가 있는 칼슘은 우유의 4.5배, 빈혈예방과 관련이 있는 철분은 시금치의 24배, 식이섬유는 고구마보다 20배나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새싹보리’를 산업화하기 위하여 새싹보리 에탄올 추출물을 농축하고 크로마토그래피를 실시하여 폴리페놀성 화합물인 루테오린, 호모오리엔틴, 이소비텍신, 사포나린, 루토나린 등 7종의 기능성 물질을 분리하여 구조를 확인하였다. 그 중 항산화 및 항염증 효과가 뛰어난 사포나린과 루토나린 성분을 대량 추출 분리하는 방법을 개발하였으며, 루테오린과 페루릭산이 암세포의 전이와 성장을 억제하고 피부 미백에도 효과가 있음을 추가로 밝혀 기능성 화장품 소재로 활용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항당뇨 활성을 나타내는 당분해 효소인 α-glucosidase의 저해 활성을 분석해 본 결과, 루테오린과 아이소비텍신은 현재 당뇨병 치료제로 이용되고 있는 아카보스보다 각각 25배, 8.5배나 더 높은 것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도 확인됐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상기도에 침입하여 바이러스 감염증을 일으키는 호흡기 질환으로 한기, 두통, 고열, 관절통, 근육통 및 비색, 콧물 등 호흡기 증세를 유발한다.
또한 성인 폐렴의 약 10%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연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 돼지 인플루엔자 및 신종플루 등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서 발생되는 것이다.
새싹보리 추출물과 유효성분이 이러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억제효과가 뛰어나다는 결과를 얻어 특허출원하였으며, 고지혈증에 효과가 있는 폴리코사놀도 다량 함유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새싹보리의 산업적 실용화를 위해서 천연비누, 미용팩, 분말가루, 티백차 등의 다양한 시제품도 개발하였으며, 산업체와 공동으로 건강음료 및 분말티벳을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다.
이같이 보리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소비를 확대하고, 기능성 작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새싹보리가 아주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새싹보리는 단순히 된장국에 넣어 먹는 음식이 아니라 대다수의 성인이 걱정하고 있는 고지혈증,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개발될 것이며, 이외에도 다양한 고부가가치 천연 식품의약품 소재 개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산·학·관·연 공동의 노력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보리의 소비를 촉진시킴으로써 농가에는 소득 작물로 정착시키고, 더 나아가 국민건강을 증진시키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