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초부터 눈이 많이 내리고 추위도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한다. 걱정이다. 지난 5일 내린 폭설로 한바탕 난리를 겪은 경기도 지방, 특히 도심에서 벗어난 제설작업이 쉽지 않은 농촌지역이나 산간지역은 빙판으로 변한 도로에서 몇 시간씩 운전자들이 눈길에 갇혀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화성시 매송면의 경우 5일 폭설로 얼어붙은 도로에 퇴근길 차량이 뒤엉켰다. 6일 새벽까지 화성시 국도 39호선 3㎞ 구간에 차량 수백 대가 갇혀 10시간가량 오도 가도 못하는 등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역주행해서 정체 구간에 진입한 제설차량이 염화칼슘을 뿌리며 제설작업에 나서 새벽 3시 가까이 되어서야 풀렸다.
폭설이 내리면 제일 먼저 나오는 사람들이 공무원이다. 이들은 퇴근한 뒤라도 비상이 걸리면 새벽에라도 뛰어 나와 염화칼슘을 뿌리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인도나 경사도로의 눈을 치운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제한된 인원과 예산, 장비로 넓은 지역의 제설작업은 감당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지자체에서는 내 집 앞 눈치우기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태다. 관련법에 처벌 조항을 넣은 법 개정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공무원 인력은 한정돼 있어 단속과 처벌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시민의식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유난히 경사로가 많은 서울 광진구 중곡4동의 경우 시민자율제설봉사단이 구성돼 있다. 이들은 각자 담당구역이 있어 3cm 이상 눈이 내리면 즉시 출동해 일사분란하게 제설작업을 벌인다. 강설기간이 겨울방학기간임을 감안, 고등학생봉사단도 구성했는데 이들에게는 봉사점수가 주어져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는다. 이 제도가 전국 각지로 퍼졌으면 좋겠다. 지금은 각 직능별 단체별로 공무원들과 함께 눈 치우는 일을 하고 있지만 참여율도 저조하고 일의 효율도 높지 않다.
우리는 예부터 눈이 내리면 내 집 앞마당은 물론 동네 안길까지 눈을 치우는 것을 기쁨으로 알았다. 비록 힘은 들었지만 내가 눈을 치운 길로 마을 사람들이 다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했다. 그러나 도시화 산업화가 진전되고 이웃 간에 교류가 없어졌다. 아파트단지에서는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눈이 와서 나이 든 경비원이 혼자서 넓은 아파트단지 제설작업을 하고 있어도 누구 하나 삽을 들고 내려오지 않는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길을 내던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과 같은 아름다운 시민정신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