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없어진 생매산에 대한 추모사업 간담회가 있다기에 아주 반가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지역주민들이 없어진 생매산에 대한 추모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그런데 연초라서 바쁜 일이 많을 텐데도 시장님과 시의회의원들까지 참여해 없어진 산에 대해서 미안해하고, 그 기억들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었다.
생매산은 시흥시 은행동과 대야동 일대의 은행주택단지가 있는 자리에 있던 산이다. 기록엔 새매산이 음성변화에 의하여 생매산이라고 하였다고 하지만 그곳에 살던 주민들에겐 생소한 이름이다. 이들에겐 흔히 모래산, 모래고개 샘미산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 자리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상업지구와 학교 등 번화한 신도시가 조성되어 대체로 젊은 층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신도시이다.
생매산이 없어지고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지 불과 20여 년 되었다. 하지만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기 전에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없다. 간혹 이 지역에 살던 원주민들만이 그날을 회상하고 있을 뿐이다.
시흥시 은행동 주민센터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벌이는 사업이다. 전문가들도 아닌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없어진 산에 대한 흔적을 찾고 추모하는 일은 요즘 시대에 아주 신선한 충격을 주는 일이다. 생매산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야할지, 백지와 같은 상태였다. 자치위원장과 동장님 이야기가 이어지고 시장님이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의 질문에 하나씩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했다. 처음에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머뭇거리던 사람들이었는데 말문이 열리자 생각지도 않았던 여러 측면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곳에 있던 산의 흙이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이용되었는지, 산의 흙은 어떤 흙이었는지, 보드라웠는지, 바윗돌이었는지, 모래였는지, 한쪽에 있던 소나무들은 어떻게 사용되어 없어졌는지, 그 많은 잡목들은 어디로 갔는지, 그곳에 둥지를 틀었던 짐승들과 곤충과 새들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을 보았는지, 그 곳에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산이 없어지기 전에 기록을 했는지, 많은 이야기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이야기를 나누었던 모든 기억들을 불러 흔적을 찾기로 했다. 그 시절 사진을 수집하고, 사람들 이야기를 기록하여 전시하고, 작으나마 산의 마음으로 미안해하면서 생매산의 중심부인 비둘기공원에 추모비를 세우기로 했다. 한두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이 지역 주민들의 진정한 마음이 담긴 추모비가 세워질 것이다. 산의 기억을 되살려 생매산의 신선한 공기와 바람과 벌과 새와 나무와 풀과 뛰놀던 노루와 토끼와 고라니와 어린 짐승의 마음이 다시 돌아온다면 은행단지에 이제 새바람이 불게 될 건 뻔한 일이다.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분명, 막힌 통로를 열어가는 일이다. 함께 이야기 나눈 사람들은 생매산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이제 산의 모습을 본듯이 다 가슴에 담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서 산의 기운을 받을 것이다. 산의 뿌리가 있던 자리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이 산의 향기를 내며 산의 산소를 뿜으며 서로 얽혀진 나무처럼 살아갈 것이다.
▲ (사)한국문인협회 시흥시지부장 ▲ 시집 『연밭에 이는 바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