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회 의원의 해외연수는 필요한가? 우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평범한 시민도 견문을 넓힐수록 안목이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면, 국민과 시민의 대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걸맞게 의정을 펴려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날수록 좋다. 그래야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한 상상력도 향상될 수 있다. 모든 시민이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왜 이들의 해외연수에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지는가? 그 이유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는 의원은 대표의 자격이 없는 후안무치한 자들이라 욕을 먹어도 싸다.
경기도의회가 5일 본회의에 상정된 ‘경기도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에 관한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지금까지 툭 하면 불거졌던 관광여행, 골프여행, 게이쇼 관람여행 논란을 일소하고 앞으로는 제대로 된 해외연수를 해보도록 하자는 소박한 제안마저 짓밟은 것이다. 조례안은 이미 운영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외부심사위원 구성 비율과 심의의결 기준 등에서 원안보다 크게 후퇴한 상태였다. 이조차도 못 받아들이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조례안이 왜 발의됐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의원은 자치와 민주주의의 걸림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에서 당선됐다고 다 도민의 대표가 아니다. 거들먹거리면서 이권에나 기웃거리고, 중앙정치의 하수인 노릇이나 하면서 특권에 집착하는 자를 누가 도민의 대표라 하겠는가. 도민의 삶과 소망을 외면하는 의원은 현행 자치제도에 기생하는 정치거간에 불과하다. 해외연수 문제는 도민들이 침을 뱉는 그들의 행태 가운데서 아주 사소한 한 가지일 뿐이다.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에 반감을 표출한 의원들도 딱하다. 발의 의원을 향해 던진, “백로인 척 하지 말라”느니, “(감히) 우리를 누가 심사하느냐”느니 하는 저급한 발언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 ‘외부심사’는 선출된 자치의회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한 견제장치일 따름이다. 더구나 그동안의 일부 해외연수 사례에서 드러난 낯 뜨거운 행태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 협치를 향한 노력을 이런 식으로 공격해서는 안 된다. 서두에 언급한대로, 자치의정을 발전시킬 견문과 상상력을 배워오는 제대로 해외연수라면 ‘외부심사’를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경기도의회는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 여망에 국회보다 한 발 앞서 부응할 기회를 스스로 차 던져버렸다. 도민들로부터 또 한 번 정치력과 자질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그러나 모든 의원이 자치와 민주주의의 걸림돌일 리 없다. 양식 있는 의원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다시 한 번 중지를 모아 더 과감한 특권 포기 방안을 시도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