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필자가 발의한 경기도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 조례가 재석 80명에 찬성 40명으로 단 한 표 차이로 부결된 바 있다. 이 조례가 언론과 도민들로부터 상당한 관심을 받았음에도 부결된 데는 이 조례에 대한 도의원들의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 큰 몫을 차지했다. 따라서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홍보를 하지 못한 필자의 잘못이 일차적으로 크다고 본다.
경기도의원들이 해외연수나 공무로 국외 여행을 가는 것에 대한 심사는 이미 존재해 왔다. 그런데도. 조례를 발의한 것은 무엇보다도 규칙으로 시행되어 법적 근거가 약하고 의회 내부에서 규정을 마음대로 바꾸거나 정할 수 있는 것을 벗어나 이 제도를 공개된 장소로 이끌어내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물론 도의원이 도의원의 사안을 심사한다고 하는 비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심사요건을 좀 더 까다롭고 객관적이며 투명하게 강화한 측면도 있었다.
처음 제안한 안에는 예외 없이 모든 공무국외여행을 심사대상으로 했으며 9명의 위원 중 현재 4명인 도의원의 수를 한 명으로 제한했고 위원장도 도의원이 아닌 외부인사로 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의결정족수를 과반수에서 3분의 2로 강화했다. 또한 서면심사도 못하도록 규정했다. 무엇보다도 일반 도민 중 2명을 공모로 위원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해서 도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어두었다.
그런데 운영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모든 것이 다시 부활되었고 오로지 도의원 수를 한 명 줄여서 3명으로 했으며 도민 2명의 공모 부분만 원안대로 살아남았다. 사실 현행 규칙과 크게 다를 바가 전혀 없는 그런 조례가 된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누더기가 되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대거 수정되고 현행 제도와 크게 다를 바가 없음에도 조례 제정은 큰 의미가 있었다. 우선 규칙보다 상위법인 조례로 규정함으로써 항상 언론과 도민들의 감시 아래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작은 변화지만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가능케 함으로써 매번 해외연수 때마다 외유성 연수라고 비난 받던 것에 대한 부담을 한결 줄일 수 있게 됐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외유로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이때 경기도의회가 국회를 넘어서는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써 경기도의원들이 도민의 지지를 넘어서서 국민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사실, 지방선거에서 도민들은 후보들에 대한 마땅한 판단의 잣대를 찾기 힘들다. 그런데 이런 조례를 제정, 공포함으로써 도민들에게 현직 도의원들을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자료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이 조례가 부결되어버렸다. 아마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민단체들은 분명 이 조례에 찬성한 의원과 반대한 의원 명단을 발표하려 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대한 의원들은 지역민들이 왜 이 조례에 반대했느냐고 물을 때 대답할 말이 없다.
해결책은 단 하나밖에 없다. 경기도의원들의 여론을 다시 수렴해서 이 조례를 재상정, 통과시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조례를 통과시키면 전국의 지자체 의회들이 경기도의회를 벤치마킹하려 들 것이며 8대 의회는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은 좋은 의회로 도민들 마음속에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