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4일 전당대회에서 김한길 당대표를 선출하고 새 출발을 선언했으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당장 안철수 신당설이 민주당을 위협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새 정치’ 구호가 등장하자마자 민주당은 구태 정치의 대명사가 되었다. ‘새 정치’의 내용이 지금 현재까지도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은 ‘헌 정치’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특히 대선 패배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네 탓 공방’이 가열되고 계파 갈등이 더 첨예해짐으로써 4·24 재·보선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 모든 상처와 고통을 극복하고 전통 있는 제1야당의 위상을 회복해야 할 중차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도 민주당의 낙인이 된 구태 정치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국민들이 민주당을 ‘헌 정치’의 상징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계파정치다. 전당대회 직전인 3일에도 문성근 전 대표 권한대행이 탈당할 정도로 민주당 내 갈등의 골은 깊다. 김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가슴에 달린 친노-비노, 주류-비주류 명찰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자”고 역설했다. 이제는 가장 이른 시간 안에 당내 계파 갈등을 발전적 경쟁으로 전환할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 문제를 풀지 않는 한 민주당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민주당은 기득권에 연연하는 행태에서도 하루 빨리 탈피해야 한다. 중앙정치권에서도, 지방정치권에서도 민주당은 구태의연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까닭은 당보다는 자신의 공천, 이권, 자리보전에 급급한 정치인들의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대표의 민주당이 진정으로 환골탈태하려면 온 국민 앞에서 특권과 기득권을 과감하게 포기하겠다고 진심으로 선언할 필요가 있다. 그런 감동을 주지 못하는 한 민주당=헌 정치라는 등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 또한 김 대표의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할 대목이다.
김한길 체제의 민주당은 집권여당의 실정과 실수에 따른 반사이익에만 기대는 습성과도 결별하기 바란다. 지난 정권에서 민주통합당이 허약체질을 벗어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그런 나태한 자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그렇기에 국민들에게 수권 정당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했고, 총선과 대선에서 잇따라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당명까지 바꾸고 출발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앞으로 몇 달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다. 그 안에 감동이 있는 정책정당으로, 계파의 이익보다 당과 국민의 복리를 우선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지 못하면 민주당의 존속을 장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