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에는 1천억개 넘는 신경세포가 있고, 이 세포들은 가느다란 신경섬유 다발 형태로 연결되어 전기회로와 같은 신경회로를 형성한다. 이 신경회로에 이상이 오면 우울증이나 중독 등 뇌질환을 일으킨다.
때문에 이 회로의 이상 유무를 확인치 못하면 뇌의 연구도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가천의과대학 뇌과학연구소가 최근 이러한 뇌신경 회로를 세심히 살펴볼 수 있는 ‘뇌 전체 신경회로 지도’를 세계 최초로 완성했다는 보도다. 이번에 완성한 회로지도는 그동안 의료 영상으로 정확하게 그려내지 못했던 뇌신경 회로를 찾아 전체 뇌신경 회로 아틀라스(atlas·해부학 사진집)를 탄생시켰으며, 앞으로 뇌 질환 연구 내비게이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특히 아틀라스는 뇌수술 좌표로 활용되거나 뇌 병리를 연구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번 쾌거의 중심엔 국내 뇌공학 분야 대부 조장희 박사가 있었다고 한다. 조 박사는 사실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잘 알려진 방사선물리학 및 뇌과학분야 세계적인 석학 과학자다. 조 박사는 1975년 세계 최초로 인체영상기기 분야 ‘삼총사’인 CT(컴퓨터단층촬영)·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MRI(핵자기공명)를 모두 개발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조 박사는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연구를 거듭, 원형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Ring PET)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였으며, 현재 모든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기(PET)는 그가 개발한 형태를 따르고 있다.
미국 최고 권위의 학술원(National Academies) 정회원이기도 한 조 박사는 이 같은 업적으로 한국인 가운데 노벨상 수상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학자로 거론되고 있다.
조 박사는 2004년 반세기 넘게 과학의 심장부인 유럽과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왔다. 조 박사의 한국행은 가천재단 이사장 이길여 회장의 삼고초려 끝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당시 이 회장은 조 박사의 연구를 위해 600여억원을 들여 뇌과학연구소를 지었고, 83세까지 연구보장을 약속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올해 77세이면서도 최근 10년 가까이 아직도 ‘연구소 현역’이다.
멈출 줄 모르는 ‘열정적인 석학’이 인천에 있는 게 자랑스럽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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