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던 경기도의회의 의원행동강령조례안이 어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지난 13일 상임위(운영위)를 통과함으로써 전국 최초로 의원행동강령이 경기도에서 제정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역시 불발로 그치고 말았다. 전국시도의장단협의회가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의원행동강령을 경기도의회가 총대를 메기엔 부담이 컸던 듯하다. 하지만 국민들이 국회의원이건, 도의원이건 선출직 의정 대표들의 특권 지키기 집착에 혐오감마저 느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상정 보류는 제 발등을 찍은 큰 패착이 분명하다.
상정하지 않은 이유도 궁색하고 옹졸하다. 윤화섭 도의회 의장과 8개 상임위원장이 만나 해당 조례 상정을 논의하는 자리에는 정작 안건을 심의 통과시켰던 운영위원장이 없었다고 한다. 속내까지야 알 수 없으나 상정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 자리에서 일부 상임위원장은 해당 조례안의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해 상정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다. 이미 10개월 이상 끌면서 논란을 빚어온 조례안의 내용을 모른다는 변명은 듣는 사람이 다 부끄럽다.
물론 의원행동강령이 2010년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2009년 도의회가 자체 제정한 ‘도의회 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 규범에 관한 조례’와 일부 중복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보다도 애초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적으로 의원행동강령을 제정하기로 결정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시·도의회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보다 밀어붙이는 식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초점은 지방의회의 자율적인 영역을 왜 중앙에서 강요하느냐는 점이었다. 국회의원들의 특권에 대해서는 아무 소리도 못하면서 지방의원들만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높았다.
그러나 이 문제가 과연 자율성의 문제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조례안에 담긴 골자는 예산낭비성 해외여행 금지, 인사 청탁행위 및 부당이득 수수 금지, 의원 간 금품수수 금지 등 어떤 의미에서는 새삼 강령으로 정할 이유도 없는 상식적인 조항들이다. 경조사비 규정 등 일부 지나친 조항이 없지 않으나 대체로 그동안 국민의 지탄을 받아온 행위들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더구나 도의회가 외유성 해외연수 등으로 거듭 물의를 빚어온 사정을 감안하면 자율성을 핑계로 의원행동강령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지지부진한 감이 없지 않으나 국회의 특권폐지 논의도 진행 중이다. 경기도의회는 다른 시·도의회의 눈치를 볼 게 아니라 늦었지만 이제라도 솔선수범 반성하는 자세로 의원행동강령조례를 하루빨리 처리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