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고잔역 일대에 대통령 공약사업인 행복주택 1천500가구를 짓는 시범사업이 주민공람에 들어갔다. 철도부지 4만8천㎡에 2016년까지 ‘박근혜표 반값 아파트’를 건축해 공급하는 사업이다. 국토부가 엊그제 발표한 시범지구 7곳 가운데 경기도에 속한 곳은 고잔지구 하나다. 국토부는 고잔역 일대 슬럼화 우려를 감안해 이곳 행복주택에는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대학생 등 이른바 ‘활기찬 거주자’를 우선 입주시키겠다고 밝혔다. 업무·상업시설 등 복합주거타운으로 건설해 주변 도심재생과 연계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교통접근성이 좋은 곳에 주변시세의 반값인 아파트가 들어서고 상권이 살아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하지만 행복주택이 말 그대로 행복한 주거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현 단계에서 차분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해서 밀어붙이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보금자리주택 130만채 공급 약속이 절반도 지켜지지 못한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행복주택은 ‘이명박표 반값 아파트’ 정책의 부작용과 역기능을 철저히 분석해서 반영해야 한다. 보금자리주택은 도심 외곽 그린벨트에 짓는 것이고, 행복주택은 도심 내부 국공유지에 짓는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흐름과 주거복지에 대한 확고한 원칙 없이 일을 추진하면 행복주택도 제대로 지어질 수 없다.
현 단계에서 국토부가 명심해야 할 점은 해당 지자체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고잔 행복주택에 대해 경기도와 안산시 모두 달갑지 않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여러 곳에 보금자리주택지구와 국민임대주택지 등을 지정만 해놓은 채 사업을 벌이지 못하고 있는 터에 새로운 시범지구를 더하는 일이 마뜩찮은 게 당연하다. 적자가 130억원이나 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행복주택 사업으로 더 큰 부담을 안게 되면 기존 지정지구의 사업은 더 꼬이게 마련이다. 행복주택은 시행사에 가구당 1억원가량의 적자를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특히 고잔지구는 철도부지라 비용이 더 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낳고 있다.
고잔 행복주택이 지어져도 주변 시세의 30~50%에 공급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고잔역 일대의 완전월세 수준은 현재 35만원선인데, 부지조성비와 건축비 등을 감안할 때 반값 공급은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행복주택 본래의 취지에 어긋난다. 국토부는 이런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중앙부처의 권위를 앞세울 게 아니라, 더 늦기 전에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자체와 협의해서 계획을 근본적으로 되짚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