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아가씨, 벚꽃 아가씨, 매화 아가씨 등 다양한 아가씨들이 발 벗고 나서서 지역의 홍보대사가 되어 열심히 자기 고장을 알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미인계가 아직도 잘 통하는지 의문스럽다. 그렇다고 더 이상 무슨 무슨 아가씨 선발대회가 소비자들에게 전적으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어를 잘 이용하면 이벤트를 통해 광고를 하는 것보다 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 효과도 더 크다는 점에 착안하여 현재 마케터들이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는 것을 더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미인계 마케팅 차원을 넘어 ‘0원 마케팅’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스위스의 작은 마을이 있다. 인구라야 87명의 아주 작은 오버무텐(Obermutten)마을에 무려 20개국 나라의 이웃주민이 생겼다. 바로 페이스북을 통한 지역홍보가 일궈낸 성과다. 지인 중에는 이 마을의 초청을 받아 신혼여행을 다녀온 사람도 있다. 물론 ‘명예주민권’ 액자는 마을 사람들의 서비스는 덤으로 받았다고 한다. 오버무텐의 사례는 소셜미디어가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는 장점을 이용해, 거기에 걸맞은 아이디어로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했다는 특징을 갖는다.
사실 스위스는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자연 경관이 아름답고 녹색환경이 탁월하다는 점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어 나라 이름은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곳을 자주 방문하기는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오버무텐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전 세계에 있는 네티즌들에게 ‘스위스 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스위스라는 나라를 더욱 친근하게 만들어 주었다.
오버무텐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이었다. 지금은 세계적인 스타마을이 되었다. 비결은 소셜미디어로 세상과 소통을 시작한 데 있다. 마을의 특성을 살려 관광객 유치를 고민하던 마을 사람들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2011년 9월 12일 마을 공식 페이스북을 개설하고, 이곳에 ‘좋아요’를 눌러준 ‘팬’들에게 명예 시민권을 부여하는 이벤트였다. 마을의 명예시민이 된 사람들을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명예주민’으로 선포하고 그들의 사진을 프린트해 마을 곳곳에 붙였다. 이 작은 캠페인은 금세 퍼져나가 세계 각국의 '팬'들을 불러들였다. 사람들은 비행기로 13시간 40분이 걸리는 스위스의 산골마을 외양간에 올려 진 자신의 사진에 환호했고, 이 덕분에 관광객이 250%나 증가했다고 한다. 게다가 1만7천 번째 명예시민은 한국 사람이라고 한다.
이벤트를 시작한 것이 2011년 9월 27일, 1년 남짓 한 동안 수도 베른 보다 더 많은 4만5천명의 페이스북 ‘펜’을 확보하였다. 오버무텐 마을의 관계마케팅은 페이스북 팬을 명예주민으로 선포해 페이스북 팬이라는 약한 유대 관계를 명예 주민이라는 강한 유대 관계로 바꿔놓았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100명도 채 되지 않는 인구를 가진 오버무텐 마을에 유용한 방식이다. 우리 농촌 마을처럼 단기적인 이벤트로 반짝 관심을 끌기보다는 마을에 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둘 일종의 홍보대사들을 만드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세계적 명소가 된 오버무텐에는 작년 10월 박물관이 생겼다. 오버무텐 국제우정박물관(OIMOF)이다. 페이스북으로 친구가 된 사람들이 보내온 선물과 거기 담긴 이야기가 박물관의 주인공이다. 또 명예시민이 되는 모든 사람들은 초창기 외양간에 걸어졌던 사진이 이제는 오버무텐 내의 국제 우정 박물관에 있는 공식 게시판에 사진이 걸리게 되는 기쁨도 맛볼 수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소셜미디어의 힘은 어느 사이에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오버무텐은 기업이 아닌 마을을 스타로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마을 사람들이 87명밖에 안 되는데 그들은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마을을 홍보하고 파는데 성공했다. 그들의 신선함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제안은 누가 들어도 매력적이다. 스위스에서 멀리 떨어진 내가 그 작고 예쁜 마을에 명예주민이 되기 위해서 해야 될 일이라고는 ‘좋아요’를 누르는 일 뿐이다. 작은 일이 서로 인과관계가 되어 나중에는 큰 일이 된다는 나비효과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간단하면서도 애착관계를 형성하기에 충분한 이 방법은, 우리나라 농어촌 마을에 적용시켜도 충분히 효과적일 것 같다. 가능하면 진정성이 뒷받침되어야 더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