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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스승이 있다.

그는 정일근, 정호승, 박덕규, 이문재, 권혁웅, 권성훈, 문태준, 신철규 등 100여명의 한국 대표 문인들을 길러냈다. 문학의 꿈을 키우며 그를 스쳐간 후학들은 하늘의 별만큼 헤아리기 힘들다.

마침내 그는 스승 조지훈 시인의 고려대 연구실을 이어받아 창작과 연구로 보낸 4반세기를 정리하고 고향, 수원으로 돌아온다. 치인(痴人) 최동호 시인 이야기다. 치인은 ‘어리석고 못난 사람’이란 뜻이다. 조계종 제3교구 신흥사 회주 설악 무산 스님이 시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에게 지어준 아호(雅號)다.

53년만의 귀향이다. 회귀성 어류인 연어는 4년 동안 4만5천여㎞의 긴 여정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다는데, 53년이면 그가 걸어온 영혼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가늠이 안 된다. 그 세월동안 한번도 고향, 수원을 잊은 적이 없다고 그는 고백한다.

남창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해가 지도록 동무들과 뛰어놀던 기억은 어제처럼 생생하다. 해거름 뒤로 “저녁밥 먹어야지~” 하시던 ‘엄마 목소리’도 여전하다.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남창초등학교에 왔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학교 여기저기를 보여주시며 즐거워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흡사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가신 것 같았어요.” 지난 6월 서울 소공동 롯데 호텔에서 열린 최동호 교수 정년기념 문집 ‘치인(痴人)의 숲과 바람의 씨눈’ 봉정식장에서 만난 그의 장녀 최소담 뉴욕주립대 교수의 추억담이다.

그의 마음은 이미 지난해부터 고향, 수원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수원 남창동 최동호 시창작교실’ 제1기 수강생을 배출했고, 지난 3월부터 진행된 제2기 시창작 교실도 지난달 10일 수료식을 마쳤다. 12주 과정이다. 3기는 오는 12일부터 시작한다.

‘시창작 교실’은 수원문학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수원시민의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겨자씨다. 문학 거장의 아름다운 인생 2막의 시작을 보면서 가슴 한구석 텅 빈 느낌은 무엇일까.

인문학 도시를 꿈꾸는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원로 문인을 위한 자그마한 문학 공간 하나 마련해주자고 제안한다면 공염불일까.

최정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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