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국정원의 대선 댓글 의혹과 국정원의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계기로 국정원의 국내 정보기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 등 종북·좌파 세력들은 국정원의 국내 부서가 각종 선거와 정치에 개입함으로써 정치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며 국내 정보 기능 폐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서 국가 안위를 책임지는 것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좌파 정권 하에서 국정원은 제일의 임무인 국가안보에서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는 대북(對北) 정보수집에 있어 주도권을 잃고 미국 등의 한반도 이해 당사자가 아닌 다른 국가들로부터 정보를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해 버렸으며, 신속·정확한 정보력을 요구하는 북한의 상황변화에 대한 파악 및 이에 대한 대응에 있어 허술한 문제점들을 여지없이 드러내 보였다.
물론 자유민주주의적 체제 하의 법치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의 유지·발전에 합일되도록 국가기관에 대한 엄중한 감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또 국정원의 역할이 정치 불개입, 특정정파에 얽매이지 않는 가치중립(價値中立)적인 임무수행을 절대원칙으로 하며, 전통적인 안보위협에 대처하여 국가 안보를 확보함과 동시에 무한경쟁 속에서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에 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더욱이 우리는 세계화로 인한 개방화와 탈냉전이라는 국제정치구조의 변화로 인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 국가안보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에 더해 우리는 날로 교묘하게 남한사회를 갈등과 혼란으로 몰아가는 북한의 대남전술과 함께 한반도를 순식간에 송두리째 날려 보낼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이다. 또한 북한이 남한을 직접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최대 1천 기에 달하는 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다원화된 국가안보의 위협 속에서 국정원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판이 궁극적으로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인가 우리는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설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고정간첩 5만 명이 암약하고 있고, 인터넷에 종횡 무진하는 종북·친북세력들은 몇 십만 명이 넘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국정원의 국내 파트가 해체되면 국내에서 암약하는 고정간첩과 종북세력에 대한 단속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 된다.
지난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라 할지라도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과 연계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고, 대한민국의 체제를 흔드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 국가안보 차원에서 여론을 바로잡는 것은 국가정보기관의 당연한 임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상적인 국정원의 업무를 두고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 등이 국가정보기관을 흔드는 것은 정보기관의 대북심리전 역량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빈번히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북한의 사이버 선전선동을 더욱 조장하여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원들이 국내정보 분야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보활동을 국내·해외로 단순 분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국내 정보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안보수호와 국익보호의 핵심인 대공 및 방첩활동이 무력화되고,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의도대로 국가보안법이 유명무실해지면서 국가안보체계가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왜 생각지 못하고 있는가.
또한 대북 정보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휴민트 정보력 복원·강화가 절실한 바, 이를 위한 국정원 예산을 대폭 증액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국정원이 부단한 자기 쇄신과 내부 개혁, 정치적 중립을 위해 노력해 온 점을 기억해 국가안보의 최전선에 선 프로 국가정보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격려와 지원을 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상습적인 정보기관 흔들기를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행태를 더 이상 반복하지 말고 과연 무엇이 진정으로 국가 전체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인지 심사숙고하기를 바란다. 민생법안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끝내 못 찾은 NLL 회의록 분실문제를 놓고 서로 “네탓이다”라며 공방을 벌이며 국정원 흔들기에 시간 낭비를 또 얼마나 할지 걱정이 돼서 올리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