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위대한 경전인 논어(論語)에 보면 인간은 예부터 3박자를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지(知)·인(仁)·용(勇)이요, 지(知)·덕(德)·체(體)이다. 공자는 늘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인간이 진정한 조화로운 인격체인 군자(君子)가 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결론지었다. “지자는 불혹(不惑)하고 인자는 불우(不憂)하며 용자는 불구(不懼)하다”라고 갈파한 것이다.
이러한 3박자가 가장 조화되는 시기가 바로 지금 성하지절, 여름이다. 인간과 자연이 어울리고, 인간과 인간 자신이 부딪히면서 이 3덕을 발휘하기에 적격이다. 그래서 여름은 젊음의 계절이라고 한다. 푸른 산이 부르고, 푸른 바다가 부른다. 이때 자연을 접하지 못한 사람은 불행하다. 가을이 되면 성하의 그 깊은 정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늘 고독한 동물이라고 하지만, 여름에 고독을 느끼는 사람은 드물다. 자연이 너무도 생생하게 살아있기에 그래서 가장 신나는 계절이기에 고독을 느낄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성하지절에 대한민국은 전쟁의 아픈 상처와 기억의 편린들을 떠올리게 된다. 아름다운 것과 조화로운 세상을 파괴하고 상처만을 남기는 전쟁은 왜 일어나게 된 것일까에 대한 상념이 지나간다.
원시시대에는 수많은 자원이 지천에 풍부하게 있어서 먹는 것, 자는 것, 입는 것 등 인간의 의식주에 부족함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은 어느 날 갑자기 다양한 자원이 부족한 것을 느꼈다. 이유는 우리 인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기대치도 상향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싸우게 되고 자원부족이 점점 개인에서 국가 간의 대결국면으로 접어들었던 것은 아닐까? 그것이 바로 전쟁의 효시라고 볼 수도 있겠다.
또한 자원은 자본과 결합하여 이념을 낳게 되고, 이념은 사상 전쟁을 잉태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 이념의 역사 현장에서도 그 한복판에 있다. 남과 북은 유구한 한민족으로 이어져 내려오다가 1950년도에 민족상잔이 일어나면서 분단이 되었다. 바로 사상과 이념 때문에 싸운 것이다.
올해로 정전 60주년을 맞았으나, 지금도 휴전선이나 해안에서는 우리의 용감한 장병들이 24시간 무장경계를 하면서 대북 철통방어를 하고 있다. 최근 개성공단 가동을 위한 남북실무회담도 북한의 재발 방지대책과 국제화 표준설정의 부재로 인하여 더 이상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대화가 선행되어야 하는 평화통일의 길은 이렇게 멀고도 험난하기만 한 듯하다.
남북의 대국적 판단과 결정만이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 평화통일의 길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단결된 모습으로 통일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대화의 장이 마련될 것이다. 분열은 상대방에게 좋은 약점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도 국운이 달려있는 대사에는 온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 정중동 자세야말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고대 로마제국의 명장 베제티우스의 역사적 외침을 들어야 한다.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안보역량을 우선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믿음직한 안보태세의 구축이 선행될 때, 주도적인 대화를 통한 평화통일의 구축도 가능하다.
이처럼 평화를 갈구하는 마음에서 매년 여름 8월에 정부는 을지연습을 하고 있다. 을지연습은 우리의 민·관·군이 통합하여 안보를 튼튼히 하고, 예상되는 사태에 대하여 해결책을 강구해보는 중요한 안보행사이다. 이 연습을 통하여 우리 공무원들은 정부기능 유지, 국민생활 안정, 군사적전을 지원하는 정부의 전시업무를 숙달하게 되는 것이다.
을지연습 기간(8.19~22)에 우리 공무원들은 밤을 새면서 전시임무를 숙달하고 도상연습을 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안보현실을 인식하고, 안보의식을 함양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안보적 측면에서 남북관계를 생각하며 ‘지피지기 백전불태’의 마인드(mind)를 견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공자의 군자3불을 되새기면서, 찬바람이 불기 전에 이 여름이 희망과 어울림, 인간과 자연의 조화, 안보와 통일의 디딤돌이 견고하게 만들어진 지혜와 덕성과 진정한 용기를 생각하는 계절이 되었으면 한다. 다시는 전쟁의 상처와 아픈 기억의 편린을 이 땅에 남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