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의 일이다. 파출소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있는데 한 여성이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되어 황급히 현장 출동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영하 20도에 이르는 추운 날씨에 거의 헐벗다시피 한 차림으로 경찰관들을 기다리는 한 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구급차를 불러 만신창이가 된 여성을 병원으로 이송시키고 집안으로 들어가 술에 취해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파출소로 동행했다. 예상대로 남편은 ‘내 부인을 때린 것이 무슨 잘 못이냐’며 도리어 화를 내는 등 막무가내식의 폭력적인 성향의 남자였다.
그렇게 남편과 실랑이를 벌이던 중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마친 부인이 파출소로 찾아왔다. 그리고는 “우리 남편이 잡혀가면 식구들이 먹고 살길이 없어요. 제발 우리 남편을 봐주세요”라며 울먹이는 것이다. 남편은 자신에게 맞아 부은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부인을 보며 ‘네가 별수 있겠냐’는 식으로 또다시 폭언을 퍼부어댔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는 돈이 없고 오갈 곳이 없어 가정폭력을 참으며 고통의 날들을 보내는 피해자들이 많다. 그런 피해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시설이 있다. 바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이다.
이 시설은 피해자에게 일정 기간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법률 및 심리 상담, 치료지원을 해준다. 그리고 시설 퇴소 후에도 피해자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하여 직업/취업 훈련 프로그램을 지원해준다.
가정폭력 보호 시설은 ‘여성 긴급 전화 1366’ 전화 상담을 통해 안내 받을 수 있으며 112신고 시에도 관내 여성 단체와의 협력을 통한 안내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