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입동이 지나 첫 눈이 내렸다고 하니 올 한해도 거의 다 지났구나 새삼 실감이 난다. 11월의 끝자락에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날이 하루 있다.
그것은 바로 11월23일 연평도 포격 3주기. 3년 전 11월23일 오후 2시30분쯤 북한이 대한민국의 연평도를 향해 170여발을 무차별 포격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해병대 연평부대는 80여발의 대응사격을 실시하였고,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해병대원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민간인도 2명이나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사실 지금까지 남북간의 교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남북간의 교전 중 민간인이 사망한 것은 6·25전쟁 이후 이 사건이 처음이라고 하여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나 또한 뉴스와 동영상을 접하고 정말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겁에 질린 연평도 주민들과 멍하게 울리는 포격 소리, 치솟는 검은 연기들, 너무도 놀랐고 무서웠던 기억이다.
언론매체로 접했던 나도 이렇게 놀랐는데, 연평도 주민 당사자들과 우리 해군부대의 젊은 군인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그런 무서운 상황에서 우리 군인들은 물러서지 않고 의연하게 대응했다.
이렇게 용맹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우리의 군대가 있기에 지금 내가 이렇게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필자는 2주기 행사 무렵 전사자인 고 문광욱 일병의 고향인 군산에서 가족들을 두세 차례 뵌 적이 있다. 대학 재학시절 긍정적, 적극적인 사고의 소유자로 비교적 친구들이 많았다 한다.
당시 전 세계 각국의 정부가 북한의 도발을 규탄했지만 정작 북한은 대한민국에 책임을 넘기며 정당한 군사적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연평도 주민들은 대부분 섬을 떠나 인천 등지에서 새우잠을 자는 등 전시가 아닌데도 피란생활을 했고, 1년 정도나 지나서야 연평도에 새 보금자리가 완공돼 연평도 주민들이 입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분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고, 다시 돌아간들 하루하루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을 것이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 불과 3년 전이지만, 길거리에 늘어서 있는 겉모습만 멋스럽고 거창하게 포장해 둔 ‘빼빼로’들이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독차지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정작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들은 그런 허울만 좋은 것들에 가려져 잊혀가는 것 같다. 원컨대, 많은 국민들이 연평도 3주기를 기억하고 국가보훈처에서 주관하는 중앙행사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가 있기를 기대한다.
행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각자 잠시나마 북한의 기습적인 도발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해병 장병들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고 민간인 희생자에게는 정중한 조의를 표명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인터넷 해군 사이트의 연평도 순직장병의 사이버 분향소를 찾아 감사의 한마디를 남기는 것도 좋겠다. 지금 이 순간도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젊음을 바치며 군생활을 하고 있는 국군장병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