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전통적으로 술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정서를 가지고 술로 인한 실수라면 웬만한 탈선행위도 쉽게 용서를 받고, 취중에 한 행동에 대해선 관용까지 베풀며 그다지 책임을 묻지 않는 게 보편적으로 만연해 있다.
근간의 쌀쌀해진 날씨와 연말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는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욱 조장하여 의외로 많은 음주운전자들이 단속되곤 한다. 그 저변에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음주문화가 그 한몫을 차지하고 있어 사회적 개선이 절실해 보인다.
모든 대소 모임에서는 날이 새도록 취하게 마시는 것이 마치 큰 전투에서의 전과로 여겨지고 ‘어제는 몇차까지 술을 했다’느니 ‘술값만 몇 백이 나왔다’는 게 자랑거리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잘못된 음주문화 때문에 건강을 해침은 물론 인사불성이 되어 길에 누워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 음주문화에 편승하여 공공연히 자행되는 음주운전은 마치 사지(死地)를 탈출한 투사의 무용담처럼 ‘어느 곳의 음주단속을 슬기롭게 피해 나왔다’느니, ‘새벽 몇시에 통과하니 경찰이 없었다’느니, 한술 더 떠서 ‘술 먹고 뭘 먹으면 절대 수치가 안 나온다’는 기괴하고 창피한 문화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이 같은 음주습관과 행태는 음주운전자를 양산하는 한 원인이 되며 ‘괜찮아 괜찮아’ 식의 무모한 대충주의, ‘무슨 일이야 있겠어’ 식의 손쉬운 방관 등으로 음주운전은 돌이킬 수 없는 자기와 남의 비극을 낳곤 한다.
술을 적당히 마시고 술을 자제하는 슬기로운 생활은 우리에게 요원한 걸까. ‘나는 술이 세니까’ 등의 자만과 방심으로 얼룩진 음주문화가 아니고, 술 잘 마시는 사람이 환영받는 사회가 아니라, ‘술조차 절제 못하는 의지가 약한 사람’쯤으로 취급하는 사회분위기가 돼야 음주문화가 바로 잡힐 것이다.
연말이다. 유종(有終)의 미(美)까지 바라진 않지만 한해를 열심히 살아온 남까지 불행하게 하는 음주운전이 올해는 없기를 바란다.